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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회의 고사성어 리더십] 관상보다 시대정신
"유방 배신해야 살아날 팔자"
관상쟁이 조언 흘려들은 한신
위기 못넘기고 토사구팽 당해
결국 관상은 반쪽자리에 불과
시대흐름 읽지 못하면 헛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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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 인물이 한고조 유방이다. 동네 건달 유방은 유력자인 여공이 개최한 잔치에 참석해 빈 봉투에 축하금 1만전을 허장성세로 쓰고 VIP석을 차지했다. 여공은 유방의 관상에서 가능성을 보고 사위로 삼는다. 그 덕분에 그는 천하통일 대업을 위한 물질적·정신적 자산을 확보할 수 있었다. 후대에 용안(龍顔)이 임금의 얼굴을 뜻하게 된 것도 '코가 우뚝하고 용의 얼굴이었다'는 유방의 관상에서 비롯됐다. 반간계로 유명한 고조의 참모 진평도 관상 덕을 본 케이스. 형네 집에서 기생하던 청년 백수였지만 '관상' 덕분에 부잣집 사위로 발탁돼 권력 이너서클로 진입한다.
한나라 장수 한신은 비운이 예측됐던 인물이다. 유세가 괴통은 한신의 반역을 부추길 때 관상을 이용한다. "귀천은 골상(骨相)에 따라 다릅니다. 얼굴 모양과 빛깔을 보고는 근심과 기쁨을 알 수 있고, 성공과 실패는 결단력에 의해 결정됩니다. 모두를 종합하여 판단하면 한 치의 어긋남이 없습니다. 당신은 제후가 고작인데, 그 자리마저 위태롭고 불안정합니다. 장군의 등을 보면 지극히 귀합니다." '반역을 해야 잘될 팔자'란 이야기였다. 이를 거부한 한신은 왕에서 제후로 강등됐고, 결국 토사구팽당한다. 알고 보면 관상이 아니라 결단력 탓이다.
조나라 평원군은 인재 선발 시 관상을 봤다. 미처 알아보지 못했던 C급 인재 모수가 외교 성과를 올리자 관상 무용론을 공개 선언한다. "내가 지금까지 선비의 관상을 보아온 숫자는 적어도 1000이 넘었고, 잘못 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자부해왔다. 모 선생의 관상은 결정적 실수다. 다시는 인물을 감정하지 않겠다."
관상가들조차 "관상보다 중요한 게 신상(건강)이고, 신상보다 중요한 게 심상(마음가짐)"이라고 말한다. 리더의 요건에 적용해 하나 더하자면 세상(시대정신)이 아닐까. 대선 유력 후보가 관상가를 찾아 대통령상인지 물었다고 한다. 국민은 후보가 좋은 관상인지 궁금해하기보다 좋은 세상을 만들 방법을 궁리하길 바란다. 영화 '관상' 속 천재 관상가 내경(송강호)도 말하지 않았는가. "난 사람의 얼굴을 봤을 뿐, 시대의 모습을 보지 못했소." 관상만 보고 세상을 보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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