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반토막… ‘오겜’도 ‘지우학’도 넷플릭스의 추락 못막았다
[이태훈의 뉴스 저격]
[넷플릭스에 무슨 일이]
코로나 특수 사라지고 성장 정체… 저조한 실적에 주가 곤두박질
“수익회수 느려 투자 매력 떨어져”
디즈니+ 등 신규 OTT 급성장에 자체제작 영화·시리즈 경쟁 격화
작품 품질 고르지 않다는 평가도
더 이상 넷플릭스만의 놀이터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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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만치 앞서 독주하던 ‘넷플릭스 제국’을 향해 국내외에서 경쟁 OTT사들이 추격 속도를 올리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선 아마존 전자상거래 회원을 기본 확보한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스타워즈·픽사·마블·디즈니 등 세계 최강의 ‘파워 IP(지식재산)’를 가진 디즈니+, ‘왕좌의 게임’ 등 히트작을 잇따라 낸 ‘HBO 맥스’가 급성장 중이다. 국내시장에서도 티빙, 웨이브, 왓챠, 쿠팡플레이, 카카오TV 등 토종 OTT들이 공격적 투자로 잇따라 오리지널 콘텐츠 흥행을 성공시키며 기세를 올리고 있다. 이들은 동시에 글로벌 플랫폼과 합종연횡으로 세계시장을 노크한다. 현대차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지난해에는 넷플릭스가 OTT 시장 전체의 60%에 육박하는 매출 점유율을 올린 것으로 추정되지만, 올해는 토종 OTT의 점유율 확대와 디즈니+, 애플TV+ 등의 가세로 경쟁이 격화돼 넷플릭스는 매출 기준 50% 이하, 제작 편수 기준 40% 이하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주가 반 토막, 오리지널 콘텐츠 점유율 20%↓
지난해 전 세계 넷플릭스 가입자는 2억2184만명. 작년 한 해에만 신규 가입자가 1818만명 늘었는데 그 중 ‘오징어 게임’이 대흥행한 4분기에만 828만명이 추가됐다. 최근 발표된 올해 아카데미상 후보작 중에도 넷플릭스 영화 ‘파워 오브 도그’가 가장 많은 12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는 등 후보에 오른 부문 수를 모두 합치면 총 27개에 달한다. 올해도 영화 약 90편을 공개할 계획이다. 코로나 이전 할리우드의 메이저 스튜디오들의 개봉작이 통상 연 20~30편 수준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넷플릭스는 어느새 영화를 가장 많이 찍어내는 스튜디오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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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제국의 영광이 얼마나 지속될지 의심하는 목소리도 커진다. 대표적 근거는 주가. 작년 11월 700달러를 넘보던 넷플릭스 주가는 올 1월 실적 발표를 전후해 곤두박질, 한때 반 토막이 났다. 코로나로 구독자와 주가가 함께 쑥쑥 성장하던 좋은 시절은 끝나고 “마치 코로나 팬데믹이 없었던 것처럼”(CNBC 보도) 2020년 무렵의 주가로 후퇴한 것이다. 작년 4분기 가입자 증가치가 월가 추정치나 전년 동기 대비 적었던 데다, 올해 1분기 신규 가입자가 250만명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주가 낙폭을 키웠다. 코로나 사태의 끝이 보이는 상황에서 넷플릭스가 누려온 ‘비대면 특수’가 사라지고 성장이 정체될 것이라는 전망도 한몫했다.
넷플릭스가 주춤하는 사이 글로벌 OTT 플랫폼들의 경쟁은 더욱 가열되고 있다. 특히 디즈니+의 성장 속도는 무서울 정도다. 2월 초 이 회사는 작년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석 달간 신규 가입자가 1180만명 증가해 총 1억2980만명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시청자들이 OTT 자체 드라마를 얼마나 보는지 추산하는 ‘디지털 오리지널 콘텐트 수요 점유율’에서 넷플릭스의 추락은 이런 상황을 잘 보여준다. 미 데이터 분석 스타트업 ‘패럿 어낼리틱스’ 분석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2019년 1분기 이 점유율이 64%가 넘었지만, 작년 4분기 45%로 떨어지며 20%p 가까이 줄었다<그래픽>. 여기에 아마존 온라인 쇼핑 회원들을 흡수하는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가 맹공에 나서고, HBO 맥스와 애플TV+는 작품성과 완성도 높은 오리지널 콘텐츠로 꾸준히 충성 구독자를 확보해나가고 있다.
◇경쟁 격화 속 콘텐츠 품질 불만족도 한몫
여전히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많이 만들어내지만, 그 품질이 고르지 않다는 불만도 꾸준히 제기된다. ‘더 록’ 드웨인 존슨, ‘원더우먼’ 갈 가도트, ‘데드풀’ 라이언 레이놀즈가 함께 주연한 넷플릭스 영화 ‘레드 노티스’는 지난해 하반기 총 26일간 글로벌 1위(플릭스패트롤 기준)를 차지했다. 개봉 3주 만에 1억2100만 계정이 최소 2분 이상 시청했고, 총 시청 시간은 3억2800만시간에 달했다. 작년에 가장 많은 사람이 본 영화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메타 비평 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 이 영화의 평론가 지수는 36%에 그쳐, 관객 지수 92%와 극단적으로 엇갈렸다. 넷플릭스 국내 제작 오리지널 드라마도 희비가 엇갈렸다. 초반 놀라운 흥행 속도를 보이며 ‘K좀비’의 위력을 증명한 ‘지금 우리 학교는’ 같은 작품도 있었지만, 한국 SF의 의미 있는 도전으로 평가받았으나 흥행이나 완성도는 기대에 못 미쳤던 ‘고요의 바다’ 같은 작품도 있었다. 넷플릭스 글로벌 영화 책임자인 스콧 스투버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우린 너무 많은 영화를 만들고 있지만, 멋진 영화는 충분치 않다는 말을 듣는다. 공정한 비판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쟁이 과열되며 OTT 서비스의 구독자 증가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투자자도 늘고 있다. 지난달 22일 파라마운트 글로벌은 자사 OTT ‘파라마운트+’ 구독자가 작년 한 해 넷플릭스나 HBO 맥스보다 많은 2100만명의 신규 가입자를 수확했다고 발표했지만, 파라마운트의 주가는 17% 폭락해 2020년 말 이후 최저가 됐다. 블룸버그는 “투자자들이 OTT는 투자 수익 회수가 오래 걸린다는 걸 알아버렸고 예전처럼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고 전했다.
‘플랫폼 전쟁’을 쓴 김조한 NEW ID 이사는 “경쟁이 심해질수록 이전과 같은 성장은 어려워지고, 상황에 따른 부침도 클 것”이라며 “넷플릭스는 최근 게임 부문에 관심을 기울이며 키워가고 있다. 더 큰 성장을 위해 사업 프레임을 유연하게 변화시켜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토종업체 반격, HBO맥스 상륙… 한국서도 넷플릭스 ‘흔들’]
오리지널 콘텐츠 격전장 될듯
올해는 넷플릭스 독주 체제를 깨기 위해 그간 호흡을 조절해온 토종 OTT의 거센 반격이 시작된다. 또 작년 11월 디즈니+와 애플TV+에 이어 올 하반기 HBO맥스가 국내 시장에 진출하면서 글로벌·토종 OTT들 사이의 격전이 본격화되는 해이기도 하다.
먼저 국내 OTT. 티빙은 올해 이준익 감독의 ‘욘더’, 연상호 감독의 ‘돼지의 왕’ 등 신작에다 히트작 ‘술꾼도시여자들’ ‘유미의 세포들’ 시즌2까지 약 10편의 오리지널 드라마를 준비 중이다. 여기에 모회사 CJ ENM의 신작 드라마도 30여 편이 편성된다. 티빙과 CJ ENM은 또 메신저 ‘라인’과의 협업을 통한 아시아 진출, 패러마운트+와 플루토 TV 등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한 미국 공략 등 해외시장 진출도 확대해 간다. 왓챠는 지난달 22일 음악과 웹툰으로 영역을 넓힌 종합 엔터테인먼트 서비스 ‘왓챠 2.0′으로 변신을 선언했고, 5년간 1조원 투자 계획을 세워둔 웨이브는 올해가 투자 본격화 원년. 2020년 9월 출범 뒤 쇼트·미드폼에 특화된 OTT로 자리를 굳힌 카카오TV도 향후 3년간 4000억원을 투입해 오리지널 콘텐츠를 강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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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OTT 행보도 관심을 모은다. 역대 최고 제작비 드라마 ‘반지의 제왕: 힘의 반지’를 내놓을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가 국내 시장에서 얼마나 보폭을 넓힐지, ‘왕좌의 게임’ 등 고품질 콘텐츠로 신뢰를 쌓아온 HBO맥스가 한국 시장에서 어느 정도 파괴력을 발휘할지도 관전 포인트. HBO맥스의 경우 미국 구독료가 월 14.99달러(약 1만8000원)로 다른 OTT들보다 비싸서, 초기 가격 정책이 한국 진출 초반 성적을 좌우할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디즈니+의 경우 올해 개봉할 ‘닥터 스트레인지’ 속편 등 국내에서 특히 인기가 높은 마블 영화가 OTT 콘텐츠와 연계해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어 구독자 유인에 강점이 될 전망이다.
넷플릭스 외 글로벌 OTT 서비스에 대해서는 초반 파괴력이 기대에 못 미쳤던 디즈니+의 사례를 근거로 “국내에선 넷플릭스 아성을 흔들지는 못할 것”이라는 의견과, 오히려 “국내 점유율 상승은 시간문제일 뿐”으로 보는 시각이 엇갈린다. 한 OTT 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도 2016년 첫 서비스 뒤 시행착오를 거쳐 자리 잡는 데 긴 시간이 걸렸다. 이제 석 달 된 디즈니+와 애플TV+를 포함, 글로벌 OTT들은 지금 당장보다 향후 1~2년 뒤 포지션을 내다보며 국내 시장에 접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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