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행 화물, 우회하라 터키로” 또 하나의 워룸, 물류 컨트롤센터
국내외 1000여 기업 물류 책임지는 삼성SDS 판교캠퍼스
지난 2일 삼성SDS 판교캠퍼스 내 글로벌컨트롤센터(GCC). 가로 7.3m, 세로 1.4m 대형 스크린에 러시아 쪽으로 향하는 선박 수백대가 표시됐다. 화면 중앙에는 ‘전쟁-레벨3-2022-02-25′이라는 비상경고 표시와 함께 전쟁 상황과 영향 범위를 보여주는 동심원 여러 개가 나타났다. 화면 속 컨테이너선을 클릭해 보니 러시아와 유럽으로 향하는 전자기기, 레진(플라스틱 원료), 각종 기계부품이 실려 있다는 정보가 나왔다. 삼성SDS의 물류사업을 총괄하는 오구일 부사장은 “실시간으로 현지 상황 데이터가 수집되면, AI(인공지능)가 도착 시간을 예측하고 문제가 생길 경우 우회 경로를 파악해 고객사와 곧바로 협의에 들어간다”며 “이곳은 전 세계 1000여 기업의 물류를 책임지는 워룸(War Room)”이라고 했다. 이날 GCC에서는 우크라이나 남부 오데사항으로 가던 화물은 육상운송으로 전환해 터키를 거쳐 폴란드로 우회시켰고, 시베리아 횡단철도로 이동하던 화물은 우크라이나 대신 벨라루스와 폴란드 철도 노선으로 목적지를 변경했다.

◇러시아로 향하던 화물, AI가 실시간으로 우회시켜
코로나 팬데믹(대유행)이 초래한 물류 대란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까지 더해지면서 글로벌 공급망이 위기를 맞았다. 전 세계 물류 흐름이 연쇄적으로 동맥경화를 일으키면서 인플레이션까지 초래하고 있다. 최근 물류 업계에서는 AI·로봇·블록체인 같은 최신 기술로 이러한 문제를 풀려는 기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투자금도 몰린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피치북에 따르면 물류 기술 기업에 대한 글로벌 투자액은 2017년 60억달러(약 7조2228억원)에서 지난해(1~3분기) 243억달러(약 29조2523억원)로 늘었다.
약 36평(119㎡) 규모인 GCC 안에서는 치열한 분석과 예측이 계속됐다. 오늘 도착해야 할 자재가 미리 도착하면 창고 보관비가 들고, 다음날 도착하면 지연비용을 물어야 하기 때문에 톱니바퀴 맞물리듯 정시에 모든 게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매출 13조6300억원 가운데 8조원가량을 물류사업에서 올린 삼성SDS는 물류 전 과정에 IT를 접목했다. 컨테이너에는 IoT(사물인터넷)를 접목해 문이 함부로 열리는지 감시하고, 빛에 민감한 화물은 센서로 광량을 실시간 점검한다. 네덜란드에 있는 2만평 규모의 초대형 물류창고에서는 AI가 화물 상자를 어떤 방향으로, 어느 순서로 쌓는 것이 효율적인지 레고 맞추듯 하나하나 코치를 해준다. 삼성SDS 관계자는 “그동안 베테랑 직원이 감으로 하던 일을 이제 신참 직원도 스마트 글라스를 쓰고 AI의 지도를 받아 척척 할 수 있다”고 했다. 삼성SDS는 지난해 8월부터 중소·중견 기업을 타깃으로 한 물건 포장부터 배송까지 전 물류 과정을 간소화한 원스톱 물류 플랫폼(첼로 스퀘어) 사업도 시작했다.

◇글로벌 공급망 위기, 기술로 해결
유연한 공급망 확보가 핵심 경쟁력이 되면서 발이 묶인 기업들을 구하려는 물류 스타트업도 각광을 받고 있다. 기존 물류회사들은 기술기업들을 적극적으로 인수해 혁신을 꾀하고 있다. 2016년 창업한 토종 디지털 물류 스타트업 로지스팟은 마치 앱으로 택시를 부르듯이 10만여 대의 화물차를 예약하고 관리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번거로운 팩스·메일 작업 없이 앱으로 위치 추적, 물품 상태 확인이 실시간으로 가능하다. 퍼시스·레노버·넥센타이어 등 700여 기업고객을 두고 있다. 배달 대행 스타트업들도 모세혈관처럼 퍼진 배달 라이더 네트워크를 활용한 물류 사업에 나섰다. 바로고·부릉·생각대로 배달대행 3사는 도심 골목골목에 소규모 자체 물류센터를 두고 배달 라이더가 음식을 배달하듯 물품을 배송하는 ‘라스트마일 물류’를 신사업으로 밀고 있다.
해외에서는 물류로봇과 공급망을 유연하게 해주는 기술이 뜨고 있다. 캐나다 스타트업 어태보틱스는 물류창고에 상하좌우로 움직이는 자동화 로봇을 접목했다. 기존 로봇이 오직 수평으로만 움직이며 물건을 날랐다면, 어태보틱스 로봇은 여러 방향으로 움직이며 공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다. 미국 완성차업체 제너럴모터스(GM)는 지난해 물류사업 진출을 선언하고 물류 스타트업 브라이트드롭을 설립했다. 전동화 팰릿(화물 운반대)과 이를 원격 관리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한다.
'기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코인으로 떼돈 번 거래소들, 스포츠·미디어 큰손 됐다 (0) | 2022.03.04 |
---|---|
언택트서 콘택트로, 쩐의 대이동 (0) | 2022.03.04 |
[동서남북] 좋은 연극은 훈계하지 않는다 (0) | 2022.03.04 |
주가 반토막… ‘오겜’도 ‘지우학’도 넷플릭스의 추락 못막았다 (0) | 2022.03.04 |
[유현준의 도시 이야기] 당근마켓에서 사고팔기처럼 타협하는 정치를 (0) | 2022.03.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