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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을 이길 장사 어디 있겠소…/ 아 사랑은 이제부터 시작인데/ 아 청춘도 아직은 시퍼런데/ 아아아 세월아 맞짱 한번 뜨고 싶다/ 아 아 웃프다 인생아….'
한국 가요사에 '아아아'의 탄식이 가장 많이 들어간 노래다. 그러나 그 탄식은 가는 세월 아쉬운 인생의 미련을 노래한 긍정의 것이다. 역시, 인생은 살 만한 것인가.
1966년 '사랑은 눈물의 씨앗'으로 데뷔한 나훈아의 노래는 최근의 '테스형' '맞짱'에 이르는 55년 동안 3번의 변화를 보인다.
데뷔 초기 고전적 전통가요(트로트)를 불렀다면, 5년의 '사랑과 이별의 시간'을 보내고 컴백한 1982년 '울긴 왜 울어' '잡초'에 들어서 세련된 록발라드의 편곡으로 현대적 감성의 전통가요를 노래했다. 그리고 '테스형'과 '맞짱'에 이르러 사랑 소재의 감성에서 벗어나 서사적인 사회 풍자와 인생을 노래하고 있다.
'아! 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 아! 테스형 소크라테스형 사랑은 또 왜 이래…'하고 전에 없이 거친 목소리로 '테스형'을 부르며 혼탁하고 힘든 세상을 질타해 사회에 충격을 주었다.
나훈아가 55년 동안 부른 노래는 2600여 곡. 200여 장의 앨범을 냈다. 분명한 것은 사랑도 이별도 기쁨도 눈물도 사회 현실까지도 나훈아의 입에서 나오면 노래가 되고 히트가 된다. 세월의 무게만큼 공감의 깊이도 더해지고 있다.
나훈아에게는 독특한 카리스마가 있다. 코로나19로 힘든 스태프들에게 500만원씩을 지원한 얘기며, 자신의 '땡벌'을 리바이벌하고 싶어 하는 후배에게 편곡, 녹음까지 해 주며 히트를 도와주는 등 소문 없이 좋은 일을 많이 하고 있다. 물론, 기자 시절 나와도 업무적 인연이 있다. 자신을 내려놓고 주변을 챙길 줄 아는 리더십이 그의 카리스마다.
2020년 추석 KBS 2TV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에서 김동건 아나운서의 "노래를 언제까지 하겠느냐"는 질문에 "시간을 찾고 있다. 길지는 않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팬들의 생각은 다른 것 같다. '맞짱'의 가사를 바꾸어 노래하고 싶다는 팬도 있다. '아 노래는 이제부터 시작인데/ 아아 벌써 무슨 시간을 찾고 있나/ 하하하 웃프다 나훈아/ 맞짱 한번 뜨고 싶다….' 큰 가수는 언제나 그 자리에서 팬들과 함께 있는 것이 책무다. 나훈아의 다음 신곡은 또 어떤 노래일지.
[신대남 전 일간스포츠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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