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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질에 올인하던 TV 제조사, 이젠 콘텐츠 확보에 열 올려

황태자의 사색 2022. 3. 17.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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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질에 올인하던 TV 제조사, 이젠 콘텐츠 확보에 열 올려

LG, 댄스 강습·홈트·원격 의료… 스마트 TV용 앱 2000여 개 제공
삼성, TV에 NFT 플랫폼 탑재해 디지털 작품 감상하고 구매 가능
넷플릭스 등 OTT 바로 연결되는 전용 버튼 장착한 리모콘도 등장
아마존 등 유통 회사도 시장 진출… 맞춤형 콘텐츠 추천하는 TV 출시

입력 2022.03.17 03:00
 
 
 
 
 

지난달 말 LG전자는 경기도 하남시의 한 복합쇼핑몰에서 열린 미술 전시회에서 자사 TV 20여 대로 NFT(대체불가능토큰) 작품을 선보였다. NFT가 발행된 실물 그림을 디지털 버전으로 바꿔서 TV로 감상하는 것이다. TV로 기존의 미술 작품이 아닌, NFT 작품을 전시한 것은 TV가 NFT 플랫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LG전자는 지난달 카카오의 블록체인 계열사 그라운드X와 협업해 카카오의 디지털지갑 ‘클립’에 구매 보관 중인 NFT 작품을 스마트TV에서 감상할 수 있는 드롭스갤러리 서비스도 공개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1월 세계 최대 IT·가전 박람회’CES2022′에서 첫 공개한 NFT 플랫폼을 이번 달부터 출시하는 스마트 TV 일부에 탑재한다. 사용자들은 디지털 예술 작품을 앱을 통해 검색하고 보고 구매할 수 있으며 인테리어로 활용할 수도 있다.

TV가 가전을 벗어나 다양한 면모를 갖추며 진화하고 있다. 방송 시청만 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과 NFT 거래, 운동, 영상통화까지 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변신하고 있다. 방송사가 일방적으로 송출하는 콘텐츠를 재생하는 수단에서 벗어나 인터넷과 연결된 TV 중심의 새로운 콘텐츠와 생태계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대화면과 화질 향상에 주력하던 TV 제조사들은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를 비롯한 소프트웨어와 콘텐츠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플랫폼 업체가 직접 스마트 TV 제작에 뛰어들기도 한다.

◇TV로 운동하고 NFT 거래까지

LG전자가 스마트 TV를 통해 전 세계에 제공하는 앱 수는 지난해 2000개를 넘었다. 2019년 말과 비교하면 30% 이상 늘어난 수치다. LG전자 관계자는 “자체 분석한 소비자 시청 데이터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TV로 방송 시청이 아닌 스마트 콘텐츠를 사용하는 빈도가 코로나 팬데믹(대유행) 이전과 비교해 두 자릿수 이상 증가했다”고 했다. 지난해 교육 콘텐츠 구독 서비스 하이브로를 출시한 데 이어 최근에는 댄스 강습 플랫폼 원밀리언홈댄스, 영상 스트리밍 플랫폼 라이브나우로 서비스를 확대 중이다. 북미와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홈트레이닝 플랫폼 펠로톤 앱을 선보였고, 미국에서는 고령자들을 위한 원격 의료·돌봄 서비스 인디펜다 앱을 제공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 TV에서 자체 동영상 플랫폼 ‘삼성 TV 플러스’를 서비스하고 있다. 영화·예능·뉴스·스포츠 등 1300개 이상 채널을 제공한다.

TV는 게임 플랫폼으로도 진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 TV에서 이용할 수 있는 자체 게임 스트리밍 플랫폼 게이밍허브 출시를 앞두고 있다. 삼성전자 스마트 TV에서 게이밍허브 전용 앱을 실행하면 엔비디아의 지포스나우나 구글의 스타디아와 같은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를 즐길 수 있다. LG전자도 지난해 말부터 스마트 TV에서 지포스나우, 스타디아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TV, 가전업체 전유물 아냐

TV로 제공하는 콘텐츠를 늘리기 위해 TV 제조업체가 OTT업체와 직접 손잡는 합종연횡도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넷플릭스 단축 버튼은 이미 스마트 TV리모콘에서 보편화됐고, 지난해부터는 여러 OTT 회사들의 전용 버튼을 장착한 TV 리모콘들이 나오고 있다. 중국 스마트TV 제조 업체 하이센스가 지난해 내놓은 TV 리모콘은 6개 스트리밍 TV 서비스용 단축 버튼을 제공한다. 넷플릭스 외에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유튜브는 물론 디즈니플러스나 피콕 같은 신생 스트리밍 서비스용 버튼도 있다. 미국 TV제조업체 비지오의 경우 자체 무료 스트리밍 채널 모음 버튼 외에 7개의 OTT 버튼을 TV 리모콘에 장착했다.

TV에서 소프트웨어와 콘텐츠가 중요해지면서 아마존과 같은 유통·콘텐츠 회사도 TV 시장에 진출했다. 아마존이 지난해 말 내놓은 파이어TV는 TV용 알렉사 대화 기능을 장착해 사용자가 알렉사에 개인 맞춤형 TV 프로그램이나 영화 추천을 요청할 수 있다. 웹캠을 연결해 화상 통화 기능도 제공하고 영상 회의 앱인 ‘줌’이 기본으로 설치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