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매경포럼] 대공황때 일만 하고 소통 안해 몰락한 美대통령
국민에게 대공황 이겨낼 용기
불어넣는 소통은 전혀 없이
새벽부터 일만 한 후버의 몰락
윤 당선인은 소통 초심 지켜야

1929년 대공황 시작 당시 미국 대통령은 허버트 후버였다. 그는 열심히 일만 했다. 감세를 제안하고 인프라 투자를 확대했다. 기업인들을 만나 투자 확대도 독려했다. 임금을 깎지 않겠다는 약속도 받아냈다. 하지만 당시 연방정부 예산은 국내총생산의 겨우 3%였다. 경기를 진작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수백 개의 은행이 문을 닫으면서 민간 투자도 급감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이라면 국민과 소통하며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용기를 불어넣어야 했다. 그러나 후버는 거꾸로 갔다.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자신의 책 '미국 자본주의의 역사'에서 후버를 이렇게 평했다. "충혈된 눈에 핏기 없는 얼굴로 새벽부터 황혼까지 책상에만 앉아 있을 뿐 사람들과 어울리거나 국민에게 용기를 불어넣는 일을 하지 않았다. 그는 그 방법을 전혀 몰랐다." 기껏해야 이상한 발언으로 신문 머리기사를 장식하는 정도였다. 후버는 1932년 대선에서 프랭클린 루스벨트에게 참패한다.
후임인 루스벨트는 후버와 정반대였다. 그린스펀은 책에서 이렇게 썼다. "그는 국민의 사기를 북돋는 일련의 연설을 했다. 다른 대통령은 로마 시대 원로가 원로원에서 연설하듯 국민에게 연설하는 관습을 갖고 있었던 반면, 루스벨트는 집에 찾아온 다정한 삼촌처럼 국민에게 말을 걸었다." 그는 취임 연설에서부터 "두려움 말고는 우리가 두려워할 게 없다"는 말로 국민에게 용기를 불어넣었다. 임기 내내 '난롯가 대화'라는 이름의 15분짜리 라디오 연설을 통해 국민의 불안을 달랬다.
루스벨트는 공동체 구성원들이 서로 도와야 한다는 연대의식도 높였다. 사진을 소통 수단으로 활용한 게 주효했다. 정부는 유명 사진가를 고용해 서민의 삶을 사진에 담게 했다. 다만 파업 장면은 찍지 않도록 했다. 무료 급식소 앞에서 단정한 옷차림으로 질서정연하게 줄 서 있는 실직자들의 모습을 찍게 했다. 빵 한 조각을 얻기 위해 정갈한 모습으로 참을성 있게 기다리는 사람들이라면 평소 삶도 성실했을 것이기에 실직은 이들 개인의 잘못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국민에게 전달하고자 했다. 누구라도 같은 상황에 처할 수 있는 만큼 고통받는 이들을 도울 의무가 공동체에 있다는 걸 국민에게 납득시키고자 했다.
루스벨트가 대공황을 극복했다고 한다면, 그건 경제를 살려서가 아니다. 잠깐 경제가 회복하기는 했으나 1937년 2차 공황이 찾아왔다. 1929년 1차 공황보다 규모가 더 컸다. 전체 노동인구의 20%가 실업자가 됐다. 하지만 루스벨트는 힘든 시기를 버텨나갈 힘을 국민에게 불어넣고 공동체가 무너지지 않도록 사회보장제도를 도입한 공을 세웠다. 국민과 소통한 덕분이다.
한국도 코로나19 위기가 벌써 3년째다. 그동안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과 직접 소통이 없다시피 했다. 재임 5년간 기자회견이나 국민과의 대화 건수가 총 10회에 불과하다.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의 150회에 비하면 미미하다. 오미크론 대응을 명분으로 올해 신년 기자회견은 취소하기까지 했다. 후버가 그랬듯이 소통 없이 일만 하겠다는 건지 의문이다. 문 대통령도 초심은 이렇지 않았다. 취임사에서 "국민과 수시로 소통하겠다. 주요 사안은 대통령이 언론에 브리핑하겠다. 광화문에서 대토론회도 열겠다"고 했다. 돌아보니 허망할 뿐이다. 윤 당선인은 초심을 잃지 않기를 바란다.
[김인수 논설위원]
'기본'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희경의 7과 3의 예술] 단 한 명의 음악가를 선택한다면, 바흐 (0) | 2022.03.22 |
---|---|
전쟁 났을 때 주식 투자했더니 이렇게 됐습니다 (0) | 2022.03.22 |
[필동정담] 마키아벨리의 경고 (0) | 2022.03.22 |
[인터뷰] 종잣돈 4500만원을 1000억으로 불린 ‘주식 농부’ 박영옥이 스님을 찾아간 이유는? (0) | 2022.03.21 |
고성군, 코로나 위기에도 관광객 1156만명… 2025년엔 국내 최장 해상도보길, 체류형 관광 이끈다 (0) | 2022.03.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