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시각장애인의 눈이 될 ‘착한 태블릿’ 미국 교육부에도 납품해요”
[헬로, 프런티어] ‘닷 패드’ 개발 소꿉친구, 김주윤·성기광
“전 세계에서 보조기기가 필요한 시각장애인이 1억명 정도 됩니다. 그들에게 모두 ‘닷 패드’ 한 대씩 보급하는 게 저희 목표예요.”
25일 서울 금천구에 있는 ‘닷’ 본사에서 만난 김주윤(32)·성기광(32) 공동대표는 “닷의 목표가 뭐냐”는 물음에 “시각 장애인에게 ‘매킨토시’ 같은 존재가 되고 싶다”며 이렇게 말했다. 맥북으로 잘 알려진 애플의 PC 브랜드 매킨토시처럼 시각 장애인에게 필수품 같은 보조기기를 공급하고 싶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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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은 2017년 세계 최초로 점자 스마트워치인 ‘닷 워치’를 출시해 화제가 된 회사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때는 점자로 각종 정보를 제공하는 ‘배리어프리(Barrier-Free)’ 키오스크를 선보였다. 이번엔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태블릿 PC ‘닷 패드’를 출시했다. 하반기부터 시범 판매할 예정인데 이미 미국 교육부와 300억원가량 납품 계약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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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 패드는 각종 그림이나 그래프를 화면을 만져 확인할 수 있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버튼을 눌러 조작하면 화면을 빼곡하게 채운 돌기 중 일부가 튀어나와 꽃, 토끼 등 다양한 그림을 표현한다. 애플의 아이폰·아이패드와 연동된다. 애플 기기에는 시각장애인이 앱 아이콘을 터치하면 이름과 기능을 음성으로 설명해주는 ‘보이스 오버(voice over)’ 기능이 있다. 이 때문에 많은 시각장애인이 애플 스마트폰을 사용하는데 사진이나 그래프까지는 묘사해줄 수 없다. 닷 패드는 블루투스로 아이폰·아이패드와 연결하면 아이콘과 그림·그래픽까지 표현해 준다. 주식 앱을 켜면 주식 그래프 추이도 손으로 만져 파악할 수 있다. 닷이 2020년부터 애플과 공동 연구를 거쳐 개발한 기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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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윤·성기광 두 창업자는 1990년생 동갑내기 소꿉친구다. 어려서부터 창업을 꿈꾸던 김 대표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유학을 가 세 차례 창업했다. 세 번째 창업 때 미국 유학 중이던 성 대표와 함께 차량 공유 스타트업 우버의 트럭 버전인 웨건(Wagon)을 시작했다. 김 대표는 “딱히 트럭에 대해 열정이 있던 것도 아니었고, 창업만 하면 어떻게든 될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일종의 ‘창업 중독’이 아니었나 싶다”고 했다.
창업에 대한 회의감에 빠진 두 사람이 허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교회를 갔다가 시각 장애인을 위한 점자 성경을 본 게 닷을 창업하게 된 계기가 됐다. 비장애인들은 주머니에 넣어 다니기도 하는 성경이지만, 시각장애인 성경은 어지간한 성인 남성의 몸집만큼 부피가 컸기 때문이다. ‘이게 말이 되나’라는 의문이 닷의 출발이 됐다. 한국으로 돌아온 두 사람은 2014년 6월 닷을 창업했고, 시각장애인 100여 명을 인터뷰하며 그들의 고충을 들었다. 또 기존에 시각장애인들이 이용하던 점자 입·출력 기기의 단점을 보완하는 방법을 궁리했다. 기존 기기에 사용되는 점자 돌기는 주로 도자기로 만들어져 부피가 크고 가격도 비쌌다. 공학을 전공한 성 대표는 닷 연구진과 숱한 시행착오를 거쳐 돌기의 재료를 자석으로 바꾸고 크기를 소형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닷 패드는 한 화면에 점자 돌기 2400개가 들어간다. 300여 글자를 한 번에 표현할 수 있다.
한국의 시각장애인은 2020년 말 기준으로 약 25만명이다. 유럽에서만 닷 패드 같은 시각장애인 보조기기 수요가 약 3000만명으로 추산된다. 김 대표는 “미국에선 장애인이 공공장소에서 충분한 즐거움을 느끼지 못할 경우 소송을 제기하기도 한다”면서 “장애인들의 고충을 없앤다는 취지와 함께 앞으로 시장 성장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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