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직접 캐릭터 만들어 돈 버는 시대 열 것”
김성훈 IPX 대표 인터뷰
“싸이월드를 만들었을 때는 인터넷 붐이 있었고, 라인을 만들 때는 모바일 붐이 있었어요. 이젠 IP(지식재산권)를 통해 제가 세 번째 인터넷 트렌드를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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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서울 용산구 한남동 사무실에서 만난 김성훈(46) IPX(옛 라인프렌즈) 대표는 최근 사명을 IPX로 바꾼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싸이월드 창업 멤버로 네이버 디자인센터장, 네이버 재팬 수석디자이너를 거쳐 2015년부터 라인프렌즈를 이끌어왔다. 그는 “모바일 메신저 라인의 이모티콘으로 시작해 지난 7년간 캐릭터 사업의 가능성을 충분히 확인했다”며 “이젠 디지털 캐릭터 IP(지식재산권)를 기반으로 한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에 전력투구할 생각”이라고 했다. 대표 취임 이후 언론과 첫 인터뷰를 가진 그는 “동일본 대지진 직후 라인을 출시할 때만큼 절박한 심정”이라고 했다.
◇라인프렌즈 사명 버리고, 종합 IP 회사로
라인프렌즈는 소위 잘나가는 회사였다. 전 세계 2억명이 이용하는 모바일 메신저 라인의 캐릭터 사업을 책임졌다. 브라운(곰)·샐리(병아리)·코니(토끼) 캐릭터와 BTS·ITZY 등 유명 K팝 가수 캐릭터를 히트시켜 중국·동남아·북미 등 글로벌 시장으로 사업을 확장해왔다. 2019년 미국 LA에 스토어를 열 때는 1000명의 팬이 줄을 서서 입장하기도 했다. 서울 곳곳에 위치한 라인프렌즈 스토어의 대형 브라운 곰인형은 한국을 찾는 관광객의 필수 인증샷 장소가 됐다.
사업이 커지면서 넥슨의 카트라이더, 수퍼셀의 브롤스타즈 같은 타사의 캐릭터를 뮤직비디오 등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로 선보이는 사업도 했다. 그는 “2016년부터 연평균 28% 성장했고, 지난해엔 처음으로 IP 거래액 1조원을 달성했다”며 “그동안 쌓은 경험과 역량을 바탕으로 IP 플랫폼이 돼야겠다는 결심이 섰다”고 했다.
고객들이 원하는 캐릭터를 만들어주고, 이를 용도에 알맞은 콘텐츠로 가공해 유통까지 책임지겠다는 것이 IPX의 목표다. 마치 고객사에서 반도체 설계부터 생산까지 위탁받아 생산하는 캐릭터 업계의 팹리스이자 파운드리 회사로 변모하는 셈이다. 이를 위해 사명에서 ‘라인’을 떼고 중립적 의미의 ‘IPX’로 바꾸는 강수까지 뒀다. IPX는 다양한 IP 경험(Experience)을 제공한다는 의미와 IP를 중심으로 다양한 분야와 손잡겠다는(X) 의미를 동시에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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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캐릭터 만들어 돈 버는 시대 열 것”
김 대표는 세 번째 도전에 나선 원동력으로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와 블록체인을 꼽았다. 이를 바탕으로 나만의 디지털 캐릭터를 생성하는 ‘프렌즈(FRENZ)’ 플랫폼을 선보이고, 여기에 NFT(대체불가능토큰)와 메타버스를 접목해 사업을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김 대표는 “프렌즈에선 눈·코·입뿐 아니라 패션 스타일과 동물 종(種)까지 골라 최대 1억 종류의 캐릭터를 만들 수 있다”며 “누구나 프렌즈를 통해 캐릭터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용자들은 프렌즈에서 만든 캐릭터를 라이브 방송 BJ, 춤을 추는 가상 유튜버 등 마음대로 활용할 수 있다. IPX는 캐릭터를 NFT로 거래할 수 있도록 최근 블록체인 업체 플레이댑과 손잡았다.
김 대표는 “캐릭터가 유명인이나 아티스트들만의 전유물인 시대는 지나갔다”고 했다.
앞으로 누구나 플랫폼의 도움을 받아 상상만 해왔던 캐릭터를 손쉽게 만들고, 이를 통해 수익을 올리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디즈니 같은 회사가 고객에게 IP를 나눠줄 수 있을까요? IPX는 사용자가 크리에이터는 물론 캐릭터의 오너가 될 수 있도록 IP 3.0 시대를 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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