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들이 걸었다, 매출이 날아오른다
여성전용 운동복 매출 폭발
최근 소셜미디어 틱톡에선 ‘핫걸워크(HotGirlWalk)’ 해시태그가 단연 화제다. 관련 게시물만 5000개가 넘는다. 국내에서도 이를 따라 해 산책 과정을 영상으로 올리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스스로 ‘걷기 중독자’라는 직장인 김부경(42)씨는 “매주 토요일 아침이면 친구들과 서울 둘레길이나 양재천 변을 걷는다”며 “걷다 보면 누적된 피로와 우울감이 사라지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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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에 빠진 여성들이 시장을 움직이고 있다. 코로나 이후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여성 인구가 크게 늘자 의류·스포츠업체들은 이들을 겨냥한 제품 개발과 판매를 서두르고 있다. 나이키·아디다스는 2025년까지 여성 매출 점유율을 45~5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내놓고 있다.
◇걷기에 빠진 여자들을 잡아라
이랜드는 최근 액티브웨어 ‘스파오 액티브’를 내놨다. 걸을 때 몸에 거슬리지 않는 가벼운 소재 운동복과 속옷이 주요 상품이다. 전체 구매자의 80%가 여성이다. 자외선 차단 티셔츠는 한 달 40만장씩 팔린다. 이랜드 관계자는 “최근 사내 걷기 캠페인을 했는데, 여성 직원이 남성보다 1.8배나 걸음 수가 많았다”며 “걷기에 빠진 여성 소비자를 위한 제품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휠라코리아의 여성 전용 운동복 ‘휠라 핏’도 올해 매출이 매달 50% 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코로나 이후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여성 인구가 늘면서 관련 매출이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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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문화체육관광부가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과 조사한 결과로는, 여성 인구 22.1%는 평일 저녁 걷기·산책을 즐긴다고 응답했다. 남성은 13.9%에 그쳤다. 여성들의 걷기 붐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시장조사 기관 NPD에 따르면, 작년 미국의 남성용 운동화 매출은 전년보다 17% 늘어난 반면, 여성용 운동화 매출은 24% 늘었다. 나이키·아디다스·언더아머 같은 스포츠 의류·신발 전문 업체들은 코로나 기간에도 작년 5~9%씩 성장했는데, 특히 20~30대와 여성 소비자의 매출 상승 폭이 컸다.
◇여성 걷기 대회에 ‘운캉스’도 등장
걷는 여성들을 잡으려 의류업체들은 여성 전용 액티브 웨어 확충에도 나서고 있다. 요가복업체 룰루레몬은 최근 여성 전용 운동화 시장에 뛰어들겠다고 발표했다. ‘남성용 신발의 작은 버전’에 불과했던 기존 여성용 운동화에서 벗어나 혁신적인 제품을 선보이겠다는 목표다. 국내 중견 의류업체 칸투칸은 여성 전용 액티브 웨어 ‘수플라’를 출시했다. 자사 사이트 내 여성 회원 23만명에게 판다. 코오롱스포츠는 걷기에 빠진 20~30대 여성 소비자를 겨냥한 테크 스니커즈 ‘무브’를 최근 업그레이드해서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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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여성을 사로잡기 위한 각종 이벤트도 늘고 있다. 한 스포츠 전문 업체는 식품·의류업체와 협업해 다음 달 16일 서울 양재천·여의천·청계산에서 ‘여성 전용 산책 대회’를 열기로 했다. 왕복 12.5㎞를 걷거나 뛰면 된다. 여성만 등록이 가능하지만 등록한 여성의 가족이나 연인, 친구라면 남성들도 함께 걷기를 즐길 수 있다.
걷기에 빠진 여성들을 겨냥한 숙박업체의 ‘운캉스(운동+바캉스)’ 프로그램도 생겼다. 서울 남산의 레스케이프 호텔은 최근 호젓하게 걷고 싶어하는 고객에게 피트니스 공간을 1시간 30분 동안 따로 빌려주거나 휴대용 트레드밀 기기를 빌려주는 패키지를 출시했다. 파라다이스시티는 운동복업체와 협업해 비대면으로 영상을 보며 운동할 수 있는 ‘호트(호텔+트레이닝)’ 패키지를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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