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법 DMA, 美 빅테크가 쉽게 돈 버는 법 막는다
[WEEKLY BIZ] 애플·구글·메타·아마존, EU가 디지털 시장법으로 정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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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유럽연합(EU)이 ‘디지털시장법(DMA)’ 도입에 잠정 합의하면서 애플·구글·메타와 같은 빅테크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DMA는 시장 지배력을 남용하는 기술 플랫폼 기업들을 이른바 ‘게이트키퍼(gatekeeper·문지기)’로 지정해 강도 높은 규제를 적용하는 법안이다. 그동안 EU는 빅테크 기업들의 독과점을 막기 위해 여러 차례 반독점 조사를 실시했지만 소송이 지나치게 길어지고, 제재 수단이 마땅치 않아 실효성이 떨어졌다. 빅테크의 반(反)경쟁 행위를 법으로 광범위하게 사전 차단하기 위해 EU가 꺼내든 카드가 바로 DMA다.
DMA는 시가총액이 750억유로(약 101조원) 이상이거나 3년간 EU 내 연매출이 75억유로(약 10조1340억원)를 넘으며, 월간 사용자가 4500만명 이상인 게이트키퍼 플랫폼에 적용된다. 구글과 애플, 아마존, 메타 등 미국을 대표하는 빅테크들은 모두 이 기준에 해당된다.
전문가들은 DMA가 시행되면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사업 구조에 큰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한다. 가령 애플 사용자들은 앱스토어가 아닌 다른 통로를 이용해 앱을 설치할 수 있게 되고, 페이스북 사용자들은 텔레그램 등 다른 메신저로도 메시지나 파일을 보낼 수 있게 된다. 그동안 구글 검색에 노출되지 않던 소규모 온라인 사업체들이 구글 자체 콘텐츠를 제치고 가장 먼저 검색 결과에 뜬다. 입법을 주도한 안드레아스 슈와브 유럽의회 의원은 “DMA는 갈수록 커지는 빅테크 기업의 지배력에 종지부를 찍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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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앱 결제 강제 금지, 검색 노출 순서도 규제
게이트키퍼로 지정된 기업들은 DMA에 따라 독과점을 완화하기 위한 각종 의무를 지게 된다. DMA는 우선 구글과 애플 등 스마트폰 운영 체제 개발사에 공식 앱 마켓 외부에서 앱을 다운로드할 수 있는 ‘사이드로딩(sideloding)’을 허용하도록 요구한다. 구글 안드로이드는 지금도 사이드로딩을 허용하고 있는 반면, 애플 iOS는 자사 앱 마켓인 ‘앱스토어’ 밖에서 앱을 내려받지 못하게 막아두고 있다. 애플은 사이드로딩을 막는 이유로 보안을 내세우지만, EU는 애플의 정책이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신규 사업자의 진입을 차단한다고 본다.
구글과 애플 앱 마켓의 주요 수익원인 ‘인앱 결제’ 강제 역시 불가능해진다. 인앱 결제는 소비자가 앱에서 디지털 상품이나 서비스를 유료 구매할 때 구글·애플이 제공하는 결제 시스템만을 쓰도록 강제하고, 구글과 애플이 수수료를 떼어가는 방식을 뜻한다. 사이드로딩이 허용되고, 인앱 결제 강제가 금지되면 양사 앱마켓 수익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모바일 데이터 분석업체 센서타워 추산에 따르면 지난해 구글 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가 인앱 결제와 유료 다운로드 등으로 벌어들인 매출은 각 479억달러(약 58조원), 851억달러(약 103조원)에 달한다.
DMA의 ‘자사 선호(self-preferencing) 금지’ 조항에 따라 검색 결과 노출 방식도 종전과 달라질 전망이다. 게이트키퍼 기업들이 ‘공정하고 비차별적인’ 방식으로 검색 노출 순위를 지정할 의무가 부과되기 때문이다. 예컨대 현재는 유럽 소비자가 구글에서 항공권을 검색하면 구글 항공권 예약 서비스가 가장 상단에 뜨는데, DMA가 시행되면 이 같은 배치가 불가능해진다. 아마존 역시 자사 PB 상품을 비슷한 타사 상품보다 먼저 노출시킬 수 없게 된다. 같은 맥락에서 구글과 애플은 안드로이드와 iOS에 자사 검색 엔진과 브라우저, 가상 비서 등을 일방적으로 사전 탑재할 수 없게 된다.
또한 DMA는 각 기업들이 공급자가 다른 플랫폼들이 서로 연결될 수 있도록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을 확보할 것을 주문한다. 대형 플랫폼들이 이미 수십억 명의 사용자를 선점하고 있어 신규 사업자가 아무리 좋은 서비스를 개발해도 사용자를 끌어오지 못하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DMA는 특히 개인 메시징 앱 간의 상호운용성에 중점을 둔다. 텔레그램 사용자가 페이스북에 가입하지 않아도 페이스북 메신저로 곧장 메시지를 보낼 수 있고, 화상 통화를 하거나 파일을 보낼 수도 있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작년 4분기 처음으로 일일 활성 사용자 수가 줄어든 페이스북의 사용자 감소세에 불이 붙을 수 있다. 메시징 앱 엘리먼트(element) 창업자 아망딘 르 파프는 “빅테크가 상호운용성을 수용하면 혁신의 새로운 시대가 열릴 것”이라며 “소비자와 기업은 더 많은 선택권과 더 나은 기능, 향상된 개인 정보 보호를 누릴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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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주 매도세 부채질할까
이 같은 규정을 위반하면 EU는 해당 기업의 직전 회계연도 기준 전 세계 총매출의 최대 10%를 벌금으로 물 수 있고, 반복 위반 시에는 20%까지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구글의 지난해 매출(2576억달러)을 기준으로 보면 최대 515억달러(약 62조원)까지 벌금을 부과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구글이 반독점 행위로 받았던 역대 최고 과징금(50억달러)의 10배 이상이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경쟁위원회 집행위원은 “그동안 대형 게이트키퍼 플랫폼은 기업과 소비자가 경쟁적인 디지털 시장의 이점을 누리지 못하게 해왔다”며 “이제 그들은 잘 정의된 의무와 금지 사항을 준수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DMA는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법안은 유럽의회와 EU 회원국의 최종 승인을 받아야 하며, 이로부터 6개월 뒤 법이 실제로 적용된다. 미네르바 애널리시스 캐슬린 브룩스 창업자는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은행이 그랬듯 빅테크 회사들은 향후 10년간 행동에 많은 제약이 따르는 어려운 정치적 환경에 직면할 수 있다”며 “이는 금리 상승 및 인플레이션 압박과 맞물려 기술주 매도를 부채질할 수 있다”고 했다. 애플과 구글은 DMA 도입에 즉각 반발했다. 애플은 “DMA의 일부 요소가 불필요하게 사용자들의 개인 정보 보호 및 보안을 취약하게 만들 것”이라고 했고, 구글은 “DMA의 일부 규정이 유럽 사용자들이 누릴 수 있는 혁신과 선택권을 축소시킬 것으로 우려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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