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순 앞두고 신제품 승부수, 적자 분유회사를 단숨에 1위로
[Biz&CEO] 일동 후디스 이금기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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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이 고착화되면서 고민이 많았어요. 그때 떠올린 게 덤벨 이코노미였어요. 건강과 체력 관리에 돈을 쓰는 소비자를 위한 제품을 내놔야겠다 싶더라고요.”
이금기 일동후디스 회장(88)에게 2020년은 벽을 넘은 해로 기억된다. 국내 최초로 종합이유식을 선보이며 영유아식 시장을 이끌어온 일동후디스에도 저출산은 큰 위기였다. 2016년부터 매출이 꺾였고 2017년엔 첫 적자를 기록했다. 이때 이 회장 눈에 들어온 게 성인 단백질이었다. 경쟁 업체가 먼저 단백질 보충 제품을 내놓은 상태였다. 이 회장은 “여기에 한발 더 나아가 소화가 잘되는 산양유를 활용한 단백질로 제품을 개발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바로 개발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한발 늦었지만 서두르진 않았다. 제품 개발에 3년을 썼다. 단백질은 섭취해도 소화가 잘 안 되면 체외로 배출되기 쉽다. 동물성과 식물성 단백질 균형을 위해 6대4 배합 비율을 찾아냈고, 면역에 좋은 아연과 장 건강에 좋은 프리바이오틱스 등을 첨가해 ‘하이뮨 프로틴 밸런스’를 내놨다. 소비자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금세 시장점유율 1위를 달성했다. 작년 하이뮨 단일 판매를 통해 올린 매출만 1000억원이다. 작년 일동후디스 전체 매출은 2212억원,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58% 증가한 110억원이었다. 15일 서울 구의동 본사에서 만난 이 회장은 “경쟁사보다 늦게 단백질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제품에 자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1960년에 일동제약 평사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서울대 약대를 졸업하고 취직한 제약회사에서 처음 맡은 일은 뜻밖에도 생산과 영업이었다. 영업은 잘 몰랐지만 감(感)은 있었다. 아로나민을 개발해서 내놓자마자 그는 회사 상사에게 “TV 광고를 해보자”고 제안했다. 주위에서 ‘돈 낭비 아니냐’고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강하게 밀어붙였고, 결국 아로나민은 일동제약 최고 히트 상품이 됐다. 1984년 일동제약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고, 1994년 회장이 됐다. 이 회장이 ‘샐러리맨의 신화’로 불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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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부터는 일동후디스 대표를 겸임하다 2019년 일동홀딩스로부터 지분을 인수하며 일동후디스의 최대 주주가 됐다. 지난 2020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요즘도 그는 매일 회사로 출근한다. 이 회장은 “내가 미처 몰랐던 사실들을 회사에서 일하면서 배울 때마다 희열을 느꼈고, 우리 제품을 먹고 몸이 좋아졌다는 사람들을 만나면 피곤을 잊었다. 그게 말단 사원에서 회장까지 올라선 비결이라면 비결일 것”이라고 말했다.
타고난 영업·마케팅 감각도 도움이 됐다. 일동제약에서 아로나민을 내놨을 땐 업계 최초로 약사로만 영업사원을 꾸렸다. 그 자체로 화제를 낳았고 아로나민 판매율도 덩달아 치솟았다. 일동후디스에선 ‘아이밀’ ‘산양분유’ 등 제품을 내놓을 때마다 디자인을 이 회장이 직접 정했다. “디자인할 줄은 몰라도 어떤 제품이 눈에 잘 들어오는지는 아니까요. 제품에 새겨지는 문구 하나까지 확인했습니다.” 하이뮨을 내놓을 땐 트로트 가수 장민호를 광고 모델로 내세웠다. 귀에 꽂히는 광고 음악을 만든 것도 ‘신의 한 수’라는 평을 듣는다. 이 회장은 “제품을 충실하게 만들고 널리 알리면 다 잘되더라”고 말했다.
일동후디스는 올해 매출 30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이뮨을 종합건강기능식품 브랜드로 확장해 하이뮨 영양제까지 내놓았다. 지난 2012년 국내 최초로 출시해 현재까지 대용량 제품으로 시장점유율 1위를 자랑하는 ‘후디스 그릭요거트’ 시장도 더 키워나갈 계획이다.
이 회장은 아직 일동후디스가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종합건강식품으로는 이제 부족한 것 같아요. 사람의 전체 생애 주기에서 필요한 것을 제때 제공하는 ‘건강지향식품’을 만드는 회사로 확장할 때가 됐다고 봅니다.” 그는 “5년 안엔 회사 상황을 투명하게 알리고 기업공개도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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