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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쪽으로 들어가자 요리 교실 같은 공간이 나타나고 영상을 통해 만두 요리 제조법을 설명하는 장면이 나온다. 관람객들이 제시하는 다양한 만두 조리법을 모아 진열해두는 공간이다. 세계적으로 가장 다양한 문화권에 있는 만두를 주제로 디자이너와 작가로 구성된 덤플링클럽(마르흐릿 크란스, 뤼카 마선, 피트 호 칭 펑)이 워크숍을 열고 다양한 레시피를 개발하고 관객이 함께 즐기도록 했다. 음식과 정체성 사이 관계와 이민을 중심으로 한 공동체 경험을 나누려는 의도다.
시각은 물론 촉각, 후각 등 온갖 감각을 총동원해서 우리의 익숙한 일상이 현대예술로 변화하는 현장을 체험할 수 있는 전시가 서울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서 펼쳐졌다. 덴마크 쿤스트할오르후스와 공동 기획한 전시 '미니멀리즘-맥시멀리즘-메커니즈즈즘' 2부(3·4막)다. 앞서 1부에서도 입장한 관객이 전시장 바닥을 밟는 순간 부서지는 장치로 색다름을 안겨준 것처럼 다양한 형식 실험으로 미술을 새롭게 받아들이게 했다면 2부는 미술관 형식을 파괴하고 체험 공간의 성격이 강해졌다.
2017년께부터 다양한 교류를 통해 시작된 기획전으로 서울에서 24일까지 전시를 마치면, 이후 덴마크로 넘어가서 더 큰 규모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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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위층에 마련된 4막 공간에 관람객이 도달하면 창고형 마트 같은 진열대가 늘어서 있고 가득 쌓인 박스를 아무것이나 서너 개 들고 카트로 옮기게 했다. 박스를 열어보면 작가들 소품이 들어 있는데 온전한 작품이라기보다는 다양한 물성을 가진 소재에 가깝다. 이 작품들을 파란빛에 투과해 보는 등 과학자처럼 관찰하는 공간이 마련돼 있고, 이 장면은 실시간으로 영사실로 전달돼 다른 관람객이 지켜보게 된다. 한국의 이슬기 작가와 토베 스트로크(덴마크), 롤라 달스(벨기에), 스튜디오싱킹핸드 등이 참여했다. 박스를 열어보면 곰팡이나 이끼를 채집한 판이나 다양한 금속 조형물, 돌멩이 모양 비누, 낙타 뼈로 만든 목걸이 등이 하나씩만 들어 있다. 전시를 다 둘러보고 나면 미술관 큐레이터가 하는 일이 어떤 것인지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을 것도 같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야콥 파브리시우스 아트허브코펜하겐 디렉터는 "한국과 유럽 등 다양한 작가의 여러 실험이 함께 모여 있어 관람객들이 미술 작업을 만드는 과정에 대해 여러 번 생각할 수 있게끔 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방역 상황과 미술관 관련 규제 때문에 작가들이 기획한 대로 구현하지 못한 것은 아쉽다. 하지만 미술관 인근 바(종로구 공간)에서 작가(카스페르 헤셀비에르)가 원하는 형태로 만든 해삼 아이스크림을 맛볼 수 있고, 덴마크 작가 그룹인 슈퍼플렉스의 오픈 소스 레시피와 디자인 기반 맥주 브랜드 '프리비어'도 서대문구 펍(서대문구 브루어리304)이나 식당(종로구 더레스토랑)에서 경험할 수 있다. '덤플링클럽'의 만두는 식당(강남구 파인앤코)에서 즐길 수 있다.
[이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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