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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값 비싸다고 지원해주면 푸틴이 웃는다고?

황태자의 사색 2022. 4. 29.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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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값 비싸다고 지원해주면 푸틴이 웃는다고?

[WEEKLY BIZ] Biz Pick: 유럽 유가 보조금 논란

입력 2022.04.28 15:30
 
 
 
 
 
지난달 30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한 주유소 안내판에 유가가 표시돼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자 유럽 주요국들이 보조금 지급에 나섰다. /AP연합

“서민 고통을 줄이려면 보조금을 주는 게 당연하다.” “보조금 때문에 러시아산 원유와 가스에서 영영 벗어나지 못한다.”

그린플레이션(greenflation·저탄소 경제로 전환 과정에서 에너지 가격이 치솟는 현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 폭등을 겪고 있는 유럽에서 에너지 보조금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최근 독일 정부는 고유가 부담을 덜기 위해 근로소득이 있는 납세자에게 300유로(40만원)씩 보조금을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또 석 달 동안 유류세를 낮춰 휘발유와 경유 가격을 각각 리터당 0.3유로, 0.14유로 내리기로 했다. 대중교통을 3개월간 이용할 수 있는 특별 승차권도 단돈 9유로(1만2000원)에 판매한다. 올해 초 리터당 1.6유로(약 2152원) 선이던 휘발유 가격이 2.2유로(2960원)까지 치솟으며 민심이 악화되자 내놓은 비상 조치다.

이탈리아 역시 에너지에 부과되는 각종 부담금을 60억유로(8조원)가량 감면하기로 했다. 프랑스는 이달부터 넉 달간 리터당 0.15유로씩 연료 보조금을 지급한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가스 가격 상한제 도입을 검토 중이다. 이런 식으로 현재 유럽 주요 25국 가운데 22개 국가가 직간접적인 보조금을 지급한다. 민간의 부담을 줄이고, 가계의 실질 소득 감소로 인해 경기가 위축되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에너지 보조금이 오히려 독(毒)이 될 수 있다며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보조금을 주면 에너지를 절약할 동기 부여가 약해지고, 이로 인해 러시아산 화석연료 의존증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된다는 논리다. 유럽은 석유·천연가스·석탄 소비량의 약 3분의 1을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독일은 가스 40%, 석유 25%가량을 러시아로부터 충당해 왔다. 서방이 러시아를 국제 금융결제시스템에서 배제하고, 러시아 중앙은행 자산을 동결하는 등 경제 제재에 나서면서도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에 대해서는 단호한 조처를 내리지 못하는 이유다. 러시아 국가 예산의 36%를 차지하는 석유·가스에 대한 제재가 미온적이다 보니 대(對)러시아 제재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독일 경제전문가위원회 베로니카 그림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가정에 에너지 보조금을 주는 것은 에너지 소비를 줄이려는 노력을 멈추게 한다는 점에서 한마디로 미친 짓”이라고 했다. 영국 옥스퍼드 에너지연구소 제임스 헨더슨 소장도 뉴욕타임스 기고문에서 “소비자들도 에너지 절약에 동참해야 한다”며 “단기적으로는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인해 고통을 겪어도 러시아 에너지 의존에서 탈피하는 건 장기적 혜택이 크다”고 주장했다.

EU 집행위원회는 러시아에서 수입하는 에너지의 3분의 2를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새 공급처를 찾고, 가스 사용도 전반적으로 줄인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대안이 없어 실제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증에서 벗어나려면 1년 이상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