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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제1목표는 살아남는 것…단 목표와 비전은 저버리지 말것"

황태자의 사색 2022. 4. 29.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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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제1목표는 살아남는 것…단 목표와 비전은 저버리지 말것"

서울대서 명예박사 받은
`BTS 아버지` 방시혁 의장


문화예술인으로는 첫 영예
학교 측, 차석 졸업 사실 언급
"학문 수월성이 성취 밑거름"

  • 문가영 기자
  • 입력 : 2022.04.28 17:51:14   수정 : 2022.04.29 09: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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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의 아버지' 방시혁 하이브 이사회 의장(50)이 서울대 졸업 후 25년 만에 또다시 사각모를 썼다.

28일 방 의장은 문화예술계 인사 가운데 처음으로 서울대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방 의장은 1997년 서울대 미학과를 졸업한 뒤 곧바로 박진영 대표와 함께 JYP엔터테인먼트를 창업하면서 문화예술계에 발을 디뎠다. 방 의장은 2005년 하이브의 전신 빅히트엔터테인먼트를 창업하면서 독립했고 BTS를 세계적인 아티스트로 키웠다.

방 의장은 "현장에서 실패를 거듭하며 배운 교훈과 책으로 익힌 지식을 결합해 가며 어림짐작으로 힘겹게 경영을 해왔다"면서 "오늘 받은 이 학위가 그간 해온 일들이 크게 틀리지 않았다고 말해주는 의미로 느껴져 위안과 격려가 된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대 교수회관에서 열린 명예 경영학 박사 학위 수여식에는 오세정 서울대 총장과 최해천 서울대 연구부처장 겸 대학원장 등이 참석했다.

방 의장은 "내가 경영인으로서 큰 자질이 있다고 생각해 본 적은 한 번도 없다"며 "경영진이 능숙하게 의사결정 해나가는 것을 볼 때면 지금이라도 원래 잘하는 프로듀싱에 집중하는 게 회사를 위해 더 맞는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2005년 JYP엔터테인먼트에서 독립한 뒤로 숱한 어려움을 겪으며 생존 자체를 목적으로 달려왔을 뿐이라는 것이다. 2012년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도산 위기에 몰리면서 방 의장은 일단 생존해야 일자리를 만들 수 있고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강조했다. 방 의장은 "기업의 제1 목표는 생존이어야 한다"면서 "과거 오만과 속단을 모두 내려놓고 오직 기업의 본질로서 '생존' 그 자체에만 집중하려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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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기업이 눈앞의 이익만 좇는 방식으로 생존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고 방 의장은 설명했다. 그는 "그저 살아남기만을 위한 1차원적 생존이 아니라 기업 고유의 목적에 연동되는 장기 비전을 가져야 한다"며 "이를 실현하면서 지속 성장해 나가는 생존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비록 비전문가로서 시작한 경영이지만 고군분투하며 찾아낸 답이 맞았다"면서 "2013년 BTS가 데뷔한 이래 회사는 큰 폭으로 지속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해천 대학원장은 방 의장을 소개하면서 "방 의장이 서울대 인문대학을 차석으로 졸업했다는 사실은 그리 잘 알려지지 않았다"며 "이는 그가 얼마나 탁월한 학업 능력을 지녔는지, 그리고 그 학문적 수월성이 지금의 성취에 얼마나 큰 밑거름이 되었는지를 보여준다"고 전했다. 오세정 총장 또한 "세상이 기술의 시대를 넘어 문화력의 시대에 진입했다"면서 "문화산업은 어느새 반도체 산업만큼 중요해졌다"고 문화예술계 인사 중 처음으로 명예박사 학위 수여자가 나온 의미를 평가했다.


서울대는 방 의장의 명예박사 학위 수여를 기점으로 문화예술 분야에서 활동폭을 넓힐 계획이다. 그 일환으로 문화 리더들이 직접 참여하고 멘토링하는 '차세대 문화 엔진' 인큐베이션 프로젝트를 올해 안으로 출범하고 추후 문화관 재건축을 통해 문화원을 설립할 예정이다.

방 의장은 서울대에서 113번째 명예박사 학위 수여자로 이름을 올렸다. 서울대는 주로 외국 정치인이나 학자, 기부자 등을 중심으로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했다. 첫 서울대 명예박사 학위는 6·25 전쟁 인천상륙작전을 지휘한 더글러스 맥아더 초대 유엔군사령이 1948년 받았다.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1995년), 아웅산 수지 미얀마 국가 고문(2013년) 등도 서울대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인 중에서는 이건희 삼성 회장(2000년), 소설가 박완서 씨(2006년),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2008년) 등이 받았다. 가장 최근인 2014년에는 서울대 신축도서관 건립기금으로 600억원을 쾌척한 이종환 삼영화학 설립자(98)가 받았다.

[문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