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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전사 年1만 양병… ‘실리콘 방패’로 경제·안보 지킨다

황태자의 사색 2022. 4. 29.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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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전사 年1만 양병… ‘실리콘 방패’로 경제·안보 지킨다

대만 “반도체는 생명줄” 국가전략산업으로 육성
세계 최고 기술 갖춘 대만 반도체… 中으로부터 나라 지킬 안보자산
주요 대학들에 반도체 학과 개설, 年 2회 신입생 뽑고 정원도 늘려
산업단지 조성·제품 통관 등도 원스톱 행정으로 속전속결 처리

입력 2022.04.29 03:24
 
 
 
 
 
대만 반도체 제조회사 TSMC 본사 로고./블룸버그

“2030년 반도체 시대는 수퍼 무어 법칙(Super Moore’s Law)의 시대가 될 것.” “2030년 반도체 산업에서 1나노 공정 진입 목표 달성.”

대만 행정원(우리의 국무총리실)이 지난해 내놓은 문건에 담긴 내용이다. 정부가 직접 나서 ‘1나노 공정’ 목표까지 제시할 만큼 반도체를 국가 핵심 산업으로 키우는 것이다. 1나노는 반도체의 회로 선폭(線幅)이 10억분의 1m(1나노미터)에 불과한 초미세 공정을 뜻한다.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 중 3나노 공정을 도입하려 분투 중이고, 2025년까지 2나노를 개발한다는 계획만 공개된 상태다. 반면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TSMC를 보유한 대만은 정부 차원에서 미세 공정 기술까지 적극적으로 챙기고 있다.

◇탄탄한 반도체 생태계 강국

한국과 대만은 모두 ‘반도체 강국’으로 불리지만, 메모리 반도체 산업에 치중한 한국과 달리 대만은 반도체 산업 생태계가 잘 조성돼 있다. 대만 시가총액 1위 TSMC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3위 미디어텍은 팹리스(시스템 반도체 설계 전문)다. ‘대만의 실리콘밸리’로 꼽히는 신주과학단지에는 반도체 후공정(패키징) 업계 1위인 ASE를 비롯해 설계부터 제조, 후공정 등 반도체 생태계 전반을 아우르는 기업들이 즐비하게 자리 잡고 있다. 세계 10대 팹리스 기업 중 4곳이 대만 기업(미디어텍·노바텍·리얼텍·하이맥스)일 정도다. 한국엔 10위권 내 기업이 전무하다.

대만 정부는 1980년대부터 전국을 북부와 중부, 남부 3개 권역으로 나눠 반도체 핵심 클러스터로 키웠다. 신주과학산업단지, 중부과학산업단지, 남부과학산업단지를 중심으로 반도체 연구·개발(R&D)과 생산 생태계를 조성한 것이다.

한국처럼 반도체 공장 첫 삽을 뜨는 데 3년 넘게 걸리는 일은 없다. 대만 정부가 과학단지 부지를 직접 개발해 표준 공장을 지은 다음 기업들에 빌려주기 때문이다. 관세청 등 관공서도 함께 들어서 과학단지에 입주한 기업들은 24시간 내에 제품 통관이 가능하고 행정 서비스도 원스톱으로 받을 수 있다.

 

◇국가 주도 인재 양성

“숨만 쉴 줄 알면 다 고용한다.” 대만 커지신보는 지난 3일 대만 반도체 업계의 인재난을 이렇게 요약했다. 대만도 한국처럼 반도체 인재난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대만 자유시보는 지난 19일 TSMC가 직원들에게 자사주 매입 보조금을 지급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지난해 직원 급여를 20% 인상한 데 이어 반도체 인력을 붙잡기 위한 조치다.

대만은 반도체 인재 양성을 민간에만 맡기지 않고, 국가가 직접 챙기는 것이 특징이다. 대만 정부는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산업과 국가, 글로벌 등 3단계 역할을 제시한다. ‘반도체 기술 리더십 확보’는 산업계에 부여하되, ‘기업이 요구하는 질과 양을 갖춘 반도체 인재 공급 보장’은 국가의 역할로 명시했다. 대만 정부는 매년 1만명의 신규 반도체 인재를 확보하겠다는 대대적인 계획을 세우고 착착 이를 진행하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인력(6만3902명)의 15%에 달하는 대규모 인력을 매년 배출하겠다는 것이다.

우선 정원 관련 규제를 대폭 풀었다. 대만 정부는 반도체, AI, 재료, 기계 등 반도체 관련 핵심 분야에선 학사 정원의 10%, 석·박사 정원의 15%를 늘렸다. 또 교수와 학생 비율 규정도 이 과정에선 예외로 했다.

최근 1년 새 대만에선 8개 주요 대학이 추가로 ‘반도체학과’를 개설했거나 개설을 준비 중이다. 대만 입법원(국회)이 작년 5월 ‘산학창신조례’를 통과시켜 민간기업이 국립대학과 손잡고 반도체학과를 개설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차이잉원 총통은 작년 12월 “각 대학이 반도체 전공 신입생을 1년에 한 번이 아닌 6개월마다 한 번씩 뽑고, 방학 기간을 조정해 연중무휴로 반도체 인재를 키우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예원콴 대만반도체연구소장은 최근 로이터 인터뷰에서 “지금은 선택에 여지가 없다”면서 “대만의 생명줄을 먼저 붙잡지 않고서, 대체 어떻게 대만 경제를 발전시키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