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째 출산율 1위, 세종시의 비결을 묻다
인구 부문 절대 강자 세종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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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환 지역전문기자 겸 대구지사장
2012년 7월 출범한 세종특별자치시는 넓고도 빽빽하다. 서울시 면적의 약 4분의 3(464㎢)에 37만7000여명이 살지만, 시 남쪽 행정중심복합도시(72㎢)에 인구의 76%가 쏠려 있다. 47개 중앙 행정기관, 16개 국책연구기관, 9개 공공기관과 아파트·학교·유치원, 상업시설이 몰린 도심은 압축도시(Compact City)다. 직장과 집이 가까운 직주(職住) 근접과 금강과 야산을 낀 자연환경의 혜택을 동시에 누린다. 국가 균형발전의 아이콘, 행정 수도론에 가려진 세종시의 한 단면이다.
세종시는 17개 광역단체 가운데 인구 양대 부문의 절대 승자이기도 하다. 인구 유입률과 합계출산율이 단연 1위다. 만 10세의 도시 나이만큼 평균 연령도 가장 낮다.
지난해 기준 36.9세로 전국 평균(42.9세)보다 6세 아래다. 65세 이상 고령화율도 10.2%로 가장 낮다. 전국 평균은 17.4%이고, 전남은 24.5%로 가장 높다.
사람 중심 주거 환경도 직간접 영향
“공무원 많아 출산율 높다”는 건 오해
높은 신혼부부 비율이 출산율 높여
출산장려금 위주 정책만으론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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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도별 인구 순유입률.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인구 이동부터 보자. 발전 도상 도시인 만큼 자력(磁力)이 세다. 지난 한해 세종시의 인구 순유입률은 3.9%로 가장 높다. 순유입률은 주민등록인구 100명 대비 순유입(전입-전출) 인구다. 세종 다음은 경기(1.1%), 제주(0.6%) 순이다. 세종은 경기·인천과 더불어 전 연령층에서 인구가 순유입됐고, 20대와 30대의 순유입률은 6.9%, 5.6%로 압도적이다. 전입 지역은 대전·충남·경기 순이고, 전출은 대전·경기·충남 순이다. 서울·경기·인천의 수도권 인구 순유입은 2015년 정점(1만3000명대)을 찍은 이래 하향 곡선이다. 2020년 1000명대, 지난해 2000명대를 기록했다. 수도권 인구 규모(2600만여명)에 비하면 수도권 일극(一極) 해소 기여도는 미미하다. 세종은 주변 지역 인구의 작은 블랙홀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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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도 연령대별 인구 순유입률(20대).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세종의 절대적 합계출산율은 높지 않다. 2018년 1.57명, 2019년 1.47명, 2020년 1.28명, 지난해 1.28명(잠정)이다. 지금은 1.3명대의 일본보다 낮아졌다. 2015년 1.89명 이래 감소세이기도 하다. 현재 인구를 유지할 수 있는 인구치환 수준 출산율은 약 2.1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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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도 연령대별 인구 순유입률(30대).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하지만 세종시는 2015년 이래 광역단체 합계출산율에서 1위를 놓친 적이 없다. 지난해 전국 평균은 0.81명이고, 세종 다음은 전남(1.02명)·강원(0.98명) 순이다. 대도시권의 수치는 더 낮다. 서울 0.63명, 부산 0.73명이다. 그렇다고 세종의 출산축하금이 다른 기초단체보다 높은 것도 아니다. 대다수 지자체는 다둥이 가족에 더 혜택을 주지만, 세종은 자녀 수와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120만원이다.
세종시의 상대적 고출산율 배경은 복합적이다. 안심·안전의 보육·돌봄 인프라는 그 하나로 꼽힌다. 안전한 보육 환경의 잣대로 여겨지는 국공립 유치원·어린이집 비율이 41%로 광역단체 중 가장 높다. 유치원의 국공립 비율은 95%로, 다른 지역과 비교가 안된다(유치원 알리미 통계). 부모와 자녀가 함께하는 공동육아 나눔터도 빼놓을 수 없다. 15곳이 문을 열어 양육 친화적 환경에 한몫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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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시도별 합계출산율.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지난 20일 둘러본 한솔동 제2 복합커뮤니티센터 1층의 공동육아 나눔터(214㎡) 시설은 다채로웠다. 수유실, 장난감 대여실, 놀이공간, 터치스크린 존, 프로그램실 등등. 전시현 담당은 “코로나19로 지난해 시설 이용자가 당초 목표를 밑도는 6459명에 그쳤지만 요즘 확진자가 줄면서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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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시도별 조출생률.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야외 놀이터도 세종시의 자랑거리다. 금강 산책길 옆의 보람동 땀범벅놀이터는 쾌적했다. 모래밭에서 노는 손주를 지켜보는 할머니들이 눈에 들어왔다. 대형 로프 놀이터도 인상적이었다. 김종훈 관리 담당은 “지난해 7월 문을 연 이래 평일에 150명, 주말엔 600~700명 정도 이용한다”며 “청주·대전·공주 주민들도 찾아오고, 부산시에서 벤치마킹하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대전세종연구원 세종연구실 최성은 책임연구위원은 “사람 중심 도시를 목표로 설계한 행복도시건설 기본계획으로 조성된 주거 환경이 젊은 세대에 ‘나도 여기서 아이 키우며 살고 싶다’는 기대를 갖도록 하는 데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한다.
세종시의 상대적 고출산율에 대해선 공무원·공공기관 근무자 비율이 높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통계청 분류 ‘공공 행정, 국방·사회보장 행정’ 분야 종사자(137만여명)의 전체 인구 대비 비율은 2.66%이지만, 세종시는 7.99%로 월등히 높다. 공직은 정년이 보장되고, 민간기업보다 출산·육아 휴직의 걸림돌이 적다는 평가다. 경력 단절에 대한 우려도 상대적으로 낮다.
하지만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서울대 보건대학원 객원교수)은 “세종시의 공무원 비율이 높아 출산율이 높다는 주장은 선입견과 오해가 만든 신화”라고 말한다.
세종시가 출산율 제고와 관련해 던져주는 시사점은 무엇일까. 최성은 박사는 크게 세 가지를 제시한다. ①지자체의 강점이 상이한 만큼 지자체별 정책 편곡 능력을 높여야 한다. 개인의 출산 의도에 영향을 끼치려면 ‘살기 좋은 도시,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 가족을 꾸리고 싶은 도시’라는 인식을 키워줘야 한다. ②저출생 대응 정책과 관련해선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살기 좋은 도시 공간과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성 주류화 전략이 필요하다. ③지자체는 시민들에게 이상적인 자녀 수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해야 한다. 저출생 대응 정책 과정에 대한 시민 참여, 집행 결과에 대한 시민의 평가와 피드백 과정이 필요하다.
이상림 박사는 “앞으로도 세종시의 상대적 출산율은 계속 높겠지만, 신규 분양 입주가 멈추면 전국 출산율과의 차이는 점차 줄어들 것”이라며 “지역의 신혼부부 유입엔 주거와 일자리의 구조적 요인이 가장 중요하고, 출산장려금 위주의 정책으론 출산율 제고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출산 문제에 대해선 출산율 제고 지원 사업들로 접근하기보다는 독립-취업-주거-가족구성-자녀 양육으로 이어지는 청년의 생애 과정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방 청년의 유출에 따른 지방 소멸 위기와 수도권 집중이 나라 전체 저출산 구조의 핵심이라는 얘기다.
세종시 같은 인구의 댐이 지방에 산재할수록 균형발전은 그만큼 성큼 다가오고, 나라 전체의 출산율도 올라갈 것이다. 반짝반짝 빛나는 매력 도시 만들기에 팔을 걷어붙여야 하는 이유다.
오영환 지역전문기자 겸 대구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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