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다이아몬드의 광채, 쇳밥이 묻어나는 타건…폴리니가 연주한 '쇼팽'
입력 2022.04.28 16:31 수정 2022.04.29 02:02 지면 A21
류태형의 명반 순례

폴리니는 가장 화려할 때 숨어버린 은자로 알려지기도 했다. 쇼팽콩쿠르에서 우승한 뒤 곧바로 잠적했다가 10년이 지나서 무대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그 사이 자신의 부족함을 메우기 위해 공부에 매진했다는 얘기도 떠돌았다. 이는 잘못 알려진 사실이다. 폴리니는 쇼팽콩쿠르 우승 뒤에 약 1년 동안 꽉 찬 일정으로 순회 연주회를 한 뒤 1년간은 휴식을 취했다. 이후 5년 동안 많지는 않지만 규칙적으로 연주회를 열었다고 한다. 1968년부터 본격적으로 대중 연주 횟수를 늘려가기 시작했는데 이 때문에 와전된 이야기 같다.
폴리니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건축가의 아들로 태어났다. 한 살 연상의 거장 피아니스트 마르타 아르헤리치와 콩쿠르에서 인연이 있다. 아르헤리치가 1957년 제네바콩쿠르에서 우승할 때 폴리니는 2위였다. 쇼팽콩쿠르 우승은 폴리니가 먼저 따냈다. 그다음 회차인 1965년 쇼팽콩쿠르에서 아르헤리치가 우승했다. 두 사람은 시대를 대표하는 걸출한 연주가로 성장했다.
관련기사
폴리니의 에튀드는 쇼핑의 연습곡에 예술성을 구현한 시금석이자 금자탑이다. 전설의 명연으로 오랫동안 일컬어져 왔다. 아르헤리치가 뜨겁고 붉은 열정의 화신이라면 폴리니는 그 대척점에 있다. 파랗게 타오르는 얼음 불꽃 같은 냉철함을 상징한다. 각 곡은 한 치의 오차 없이 흘러간다. 기계 같은 손에서는 쇳밥이 묻어날 것 같다.
프렐류드(전주곡)에서도 분석적인 폴리니의 성향은 여전하다. 작품을 완전히 이해하고 분석하며 재구성한다. 이 때문에 듣는 이들은 쇼팽 곡들을 감상하며 아름다운 세부와 더불어 균형 잡힌 전체를 통일감 있게 음미할 수 있다. 폴로네즈에서도 기교와 음악성 양면에서 빼어난 연주를 펼친다.
'기본' 카테고리의 다른 글
행궁동 뒤편 '피리부는 소년'…사람도 이야기도 카페에 모이죠 (0) | 2022.04.29 |
---|---|
테라스서 느끼는 'Peace'…'테라피스' 뜬다 (0) | 2022.04.29 |
7년째 출산율 1위, 세종시의 비결을 묻다 (0) | 2022.04.29 |
과거시험에서 묻다 “술이 빚는 재앙을 논하라” (0) | 2022.04.29 |
90세부터는 '아름다운 인생' 살고 싶었다, 외모보다 중요한 것 (0) | 2022.04.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