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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이와 청연이 아시나요? 요즘 스타트업 얼굴입니다

황태자의 사색 2022. 5. 17.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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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이와 청연이 아시나요? 요즘 스타트업 얼굴입니다

캐릭터·굿즈로 ‘친근한 마케팅’

입력 2022.05.17 03:00
 
 
 
 
 
당근마켓의 캐릭터 ‘당근이’와 장바구니·카트·슬리퍼 등 3종 굿즈(왼쪽). 오른쪽은 청소연구소의 캐릭터 ‘청연이’와 로고를 활용한 에코백. /당근마켓·생활연구소

당근마켓은 지난달 ‘당근 폴딩카트’라는 3만8500원짜리 굿즈(goods·기획 상품)를 내놨다. 주황색 당근 색깔에, 캐릭터 ‘당근이’와 ‘당근이세요?’란 문구가 적힌 휴대용 손수레다. 당근마켓 앱에서 살 수 있는데 판매 메뉴가 따로 없고, 검색창에 ‘당근’이라고 쳐야만 살 수 있게 해놨지만 출시 사흘 만에 품절됐다. 만든 과정도 독특하다. 지난해 이용자 대상으로 ‘당근 굿즈 오디션’이란 행사를 벌여, 각종 상품 아이디어를 받았는데 876명이 제안하고 68만명이 참여한 본선 투표에서 총 35만표로 1위를 차지해 제품화됐다. 당근은 제품을 출시하면서 사용 설명서에 ‘금천동 봄이맘’ ‘내서읍 준아빠’ 등 제품을 제안한 876명의 앱 ID(계정)를 빼곡하게 적어놨다. 일종의 ‘스토리 마케팅’이다. 당근마켓 관계자는 “품절 이후 재출시 문의가 많아 이달 말 추가로 판매할 예정”이라고 했다.

◇스타트업 캐릭터·굿즈 봇물

스타트업들 가운데 캐릭터와 각종 굿즈를 만들어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누리는 곳들이 늘고 있다. 특히 대기업들보다 스타트업들이 잘하는 영역으로, 독특한 스토리까지 부여해 이용자들이 해당 서비스와 브랜드의 팬(fan)이 되는 경우도 많다.

시초 격은 ‘배달의민족’ 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다. 2011년 앱을 출시할 때부터 성은 ‘독고’, 이름은 ‘배달’인 캐릭터 ‘독고배달’을 만들어서 각종 서비스에 활발하게 활용 중이다. 회사 측은 “모든 일에 능숙하기보다는 자주 넘어지고 엉뚱한 모습을 보이는 캐릭터”라며 “20대 초·중반 사회 막내들의 모습을 투영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이 회사는 독고배달을 비롯해 냥이배달이, 까만봉다리배달이 등 15종의 ‘배달이’ 캐릭터를 운영 중이다. 또 이를 토대로 만든 피규어와 ‘다 때가 있다’고 적힌 때밀이 수건 등 각종 굿즈를 ‘배민 문방구’라는 자체 사이트에서 판매하고 있다.

청소 중개 서비스인 ‘청소연구소’도 지난 3월 ‘청연이’라는 캐릭터를 만들었다. 단발머리 젊은 여성부터 희끗한 머리의 중년 남성까지, 30~60대 청소 매니저들의 모습을 반영한 캐릭터다. 뉴스 스타트업인 ‘뉴닉’은 신문지 하단의 오톨도톨한 면을 반영한 고슴도치 캐릭터 ‘고슴이’를 만들어 뉴스뿐 아니라 각종 기념품 제작 등 이용자들과 소통에 활용하고 있다.

 

◇친숙함과 소속감 높이는 효과

스타트업들이 캐릭터에 몰두하는 것은, 이용자들이 브랜드를 친숙하게 느끼도록 하기 위해서다. ‘당근이’ 캐릭터를 만든 당근마켓은 “당근이는 사실 토끼가 아니라 ‘토끼 탈을 쓴 강아지’”라며 “동네 곳곳을 뽈뽈거리고 다니는 강아지처럼, 이웃들에게 사랑받는 채널(channel) 역할을 하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우아한형제들의 ‘배달이친구들’ 캐릭터도 친숙함을 위해 한국 전통 민속 인형 ‘꼭두’에 착안해서 만들었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서비스와 브랜드를 널리 알려야 하는 스타트업 입장에선 몸값 비싼 연예인 모델보다 친숙하고 다양한 스토리까지 가미할 수 있는 캐릭터를 활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했다. 한 발 더 나아가 ‘고슴도슴(뉴닉)’ ‘배짱이(배달의민족)’ 등 서비스를 좋아하는 이들의 팬클럽까지 만드는 추세다.

굿즈 역시 이용 과정에서 계속 브랜드를 상기시키는 효과가 있다. 당근마켓의 ‘굿즈 3종’인 장바구니, 슬리퍼, 카트는 모두 동네에서 중고 거래하기에 최적화된 제품들이다. 이용자뿐 아니라 구성원들의 소속감을 높이는 효과도 있다. 많은 스타트업들이 외부 판매는 하지 않지만, 자체 굿즈를 만들어 입사자용 ‘웰컴키트’ 등을 만드는 것도 그래서다. 금융 앱 토스는 후드 집업, 반팔 티, 슬리퍼, 텀블러 등으로 구성된 웰컴키트를 직원들에게 제공한다. 토스 관계자는 “굿즈는 내부적으로 직원들의 소속감을 고취하는 효과가 있고, 외부적으로는 사용자들이 토스를 더 친숙하게 생각하도록 만드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