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께름칙한 ‘조합 아파트’… 투자하려면 3가지를 체크하라

황태자의 사색 2022. 6. 22.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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께름칙한 ‘조합 아파트’… 투자하려면 3가지를 체크하라

[한화생명 은퇴백서] 지역주택조합 아파트 살까 말까

이덕수 한화생명 부동산 전문가
입력 2022.06.22 03:00
 
 
 
 
 

최근 목돈을 가진 예비 은퇴 생활자들 사이에서 ‘지역주택 조합 아파트’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간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수많은 이들을 힘들게 하고 ‘원수에게 권하고, 삶이 무료할 때 투자하는 상품’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생긴 이 상품의 관심은 다소 의외다.

20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설립 인가를 받은 지역주택조합은 매년 2곳에 불과했지만, 2019년과 지난해엔 각각 6곳, 5곳으로 늘어났다.

지역주택조합은 같은 동네에 거주하는 주민이 집을 마련하기 위해 설립한 조합이다. 건설사나 시행사 아닌 주택 수요자가 직접 자금을 모아 시행 주체가 되어 건설하는 주택 사업이다. 20명 이상 특정 지역 무주택 가구주들이 조합을 결성해 토지를 구입해 아파트를 짓는 방식의 ‘아파트 공동 구매’로 이해하면 된다.

지역주택조합 방식의 아파트가 다시 늘어난 이유는 지역주택조합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최근 주택법 개정 등 후속 조치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지역주택조합은 잦은 민원의 대상이었다. 국회는 지난 2020년 1월 지역주택조합이 조합원 모집 신고 시 대지의 50% 이상 사용권을 확보하도록 하고, 조합 설립 인가 시 전체 사업 용지의 15% 이상을 소유해야 하는 등 투자자 보호 방안을 마련하고자 주택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서울시도 지역주택조합 사기 및 피해를 방지하는 방안을 강화해 지역주택조합 모집 신고 시 전문가와 관할구청의 담당 부서가 합동 회의를 거쳐 사업 계획 규모의 적정 여부를 판단하는 안전 방안을 만들었다.

◊지역주택조합, 기존 주택 대비 20~30% 저렴

지역주택조합의 장점은 기존 아파트 구입 가격보다 저렴하다는 것이다. 정부의 여러 대책에도 아파트 매매 및 전세 가격은 무서운 속도로 상승해 왔기에, 일반 분양 아파트나 기존 아파트 시세 대비 20~30%가량 낮은 가격은 큰 장점이다.

일반 아파트 분양은 시행사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받아 토지를 매입하면서 그 사업 과정에서 적잖은 금융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반면 지역주택조합은 조합이 토지를 직접 매입해 시행사 역할을 함으로써 토지 매입에 따른 금융 비용은 물론이고 각종 분양 광고∙홍보비를 낮춰 절감한다.

청약통장 없이 투자가 가능하며, 사업 속도가 빠르다. 조합원으로 참여해 초기 1000만원 안팎의 운영비만 내면 청약통장이 없어도 참여할 수 있고, 원하는 동호수 배정도 가능하다.

서울 동작구 상도동이나 신대방동에 준공까지 성공한 사례가 잇따르며 여러 지역조합주택은 투자를 부추겨 왔다. 하지만 지역주택조합은 성공보다는 실패 사례가 훨씬 많다. 2021년 초 서울시가 지역주택조합 현황 파악에 나선 결과에 따르면, 여전히 서울시 내 지역주택조합 사업의 착공률은 5%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파악된 서울 도심 내 지역주택조합 100~120여 곳 중 실제 착공에 들어간 조합은 5곳에 불과했다.

 

확정되지 않은 사실에 근거한 허위·과장 광고로 투자자들을 모집한 일부 조합에 의해 투자 원금 손실 가능성까지 있다. 조합원은 조합 규약이나 계약서에 따라 탈퇴할 수는 있으나, 위약금 명목으로 30~40% 손실을 볼 수도 있다. 조합 해산 시에 업무 추진비 및 기타 비용까지 제한다면, 원금 50% 이상 손실도 예상돼 큰 투자 위험 요소라고 할 수 있다.

◊가격 저렴한 대시 리스크 커서 유의해야

지역주택조합은 저렴한 가격이라는 매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려 사항이 많다. 지역주택조합으로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이들이라면 현명한 투자 전략을 가지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

첫째, 무엇보다도 수요자는 지역주택조합 참여 시 사업 추진 리스크가 적은 곳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합원은 조합 규약이나 계약서 내용에 따라 탈퇴 가능하지만, 위약금 명목으로 30~40% 손실을 보는 경우도 있다. 조합 해산 시에 업무 추진비 및 기타 비용까지 제한다면, 원금 50% 이상 손실도 가능하다.

조합원으로 가입하기 전 조합원 간 갈등은 없는지, 조합원 모집이 원활히 이뤄지고 있는지도 확인해봐야 한다. 조합원 모집이 길어질수록 사업 비용과 분담금이 늘어날 뿐 아니라 미분양이 발생한다면 그 책임까지 고스란히 조합원 몫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둘째, 지주가 많은 조합은 피하는 것이 유리하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속담처럼, 지주 수가 많다면 개인별로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사업 속도를 내기 어려울 수 있다. 지주 수가 적은 조합은 이해관계 당사자가 적어 사업 추진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 사업에 있어서 빠른 진행 속도는 비용을 절감시켜 수익성을 높여 준다.

마지막으로 착공 직후 웃돈을 주고 매입하는 전략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사업 승인을 받은 단지를 구입한다면, 시세보다 조금 싸게 구입하는 것에 불과할 것이다. 하지만 사업 추진 지연에 따른 리스크를 크게 낮출 수 있다.

착공에 들어갔다는 것은 토지 매입을 완료하고 사업 승인을 받은 것이다. 시세의 70% 가격에 조합원을 모집했다면 80~90% 가격에 전매 물량이 나올 수 있는 만큼, 이런 물건을 구하면 시세보다 5~10%가량 저렴하면서 안전하게 아파트를 매입할 수 있다. 지역주택조합으로 내 집 마련을 하려면 지역주택조합의 투자 특성을 철저히 이해해야 한다. 저렴하게 ‘내집 마련’을 하는 것 못지않게, 리스크 최소화도 중요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