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1

‘60만원→8억원’ 불린 여신욱 “망한 종목 바로 손절 마세요”

황태자의 사색 2023. 1. 7.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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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만원→8억원’ 불린 여신욱 “망한 종목 바로 손절 마세요”

  • 카드 발행 일시2022.12.30
  • 관심사돈 버는 재미
에디터강광우

29일 2022년 한국 증시가 한 해를 마무리했습니다. 미국 증시도 30일(현지시간) 폐장할 예정입니다. 한국과 미국 증시는 내년 1월 2일 다시 문을 엽니다(미국은 현지시간 기준).

올해 주식 투자, 어땠나요.

아마도 올해 주식 투자는 쓰린 기억으로 남았을 가능성이 큽니다. 통계로도 확인이 되는데요. 올해 개인 투자자가 가장 많이 순매수한 5개 종목(삼성전자·NAVER·카카오·삼성전자우·SK하이닉스)의 수익률은 -25~-52%(27일 종가 기준)로 부진했습니다. ‘서학 개미’들도 비슷할 테죠.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산 해외 주식인 테슬라도 올해 초 대비 70%가량 폭락했으니까요.

오늘 앤츠랩에선 올해 심신이 지친 주식 투자자에게 도움이 될 만한 분을 만났습니다. 『실패를 극복하는 주식투자-망친 주식 수습하기 프로젝트26』의 저자 여신욱 작가인데요. 유튜브에선 ‘알머리 제이슨’이란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는 삼성전자·현대카드·SAP 등 대기업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다 주식 투자로 조기 은퇴에 성공한 파이어족입니다.

2014년 그가 주식 투자를 시작할 때 계좌엔 60만원이 전부였는데요. 종잣돈을 모으며 주식 투자에 매진한 결과 지금은 8억원 수준까지 자산을 불렸다고 합니다. 그에게 망친 주식을 어떻게 수습하고, 내년엔 어떻게 슬기로운 투자 생활을 할 수 있을지 물어봤습니다. 마음가짐을 추스를 수 있는 노하우를 들어본 셈이죠.

최근『실패를 극복하는 주식투자』를 출간한 여신욱 작가가 21일 서울 마포구 중앙일보 사옥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올해 많은 분이 손실을 봤을 것 같아요. 재정비를 위해 뭐부터 해야 하죠.
우선 ‘망친’ 종목들을 골라내 냉정하게 다시 분석해야 합니다. 저는 30% 이상 손실 난 종목을 망친 종목이라고 봅니다. 아무리 운이 나빠도 30% 이상 손실이 났다는 건 분명 실수가 있었다는 거죠. ‘만회 수익률’이란 게 있어요. 손실 난 종목이 본전까지 돌아오기 위해 필요한 수익률이죠. 5% 손실을 복구하기 위해선 6% 수익률이 필요하지만, 30% 손실을 복구하기 위해선 43%의 수익률이 필요해요. 워런 버핏의 초창기 연평균 수익률이 20% 조금 안 된다고 하는데요. 워런 버핏이 2년 동안 돈 버는 실력을 개인 투자자들이 갖추긴 힘들죠.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망친 종목을 확인한 다음에는요. 
해당 종목이 계좌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확인할 차례입니다. 개별 종목의 수익률에만 집착하지 말고 내 계좌 전체를 보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습니다. 50% 손실이 난 종목도 비중이 5%라면 손실률은 2.5%밖에 안 됩니다. 그다음엔 회생 가능성을 확인합니다. 이 단계에선 ‘투자 아이디어’가 살아 있는지 아닌지를 확인해야 하는데요. 업황 등을 고려했을 때 기다려서 해결될 수 있는 상황인지, 시간이 지나도 해결되기 어려운지를 판단해야 합니다. 이후엔 회생까지 필요한 추가 보유 기간과 추가 자금 투입 여력을 체크합니다. 어떤 투자자는 손실 본 종목에 12년간 물타기를 해서야 겨우 본전을 되찾았다고 하는데요. 근성은 높이 살 만하지만 좀 더 효율적인 만회를 목표로 할 필요가 있죠. 이른바 ‘존버’(수익이 날 때까지 버팀)도 계획이 있어야 성공합니다.
좋다고들 해서 샀는데 망친 종목들은 왜 생겨날까요. 
개인 투자자가 실수하는 패턴들이 있어요. 급등주에 올라타 5~10% 수익 내고 나오려다 물리는 ‘섣부른 추격 매수’가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기업 가치 평가(밸류에이션)를 전혀 하지 않거나 투자 아이디어를 세우지 않고 매수한 경우도 있습니다. 투자 아이디어는 ‘가까운 미래에 지금보다 회사가 더 좋아질 것이라는 예상’ 인데요. 개인 투자자도 깊이 있는 리서치를 통해 투자 아이디어를 세우는 게 중요합니다. 주가는 대중이 그 예상에 동의하기 시작할 때 오릅니다. 투자 아이디어가 없으면 저평가된 주식이라도 주가는 오르지 않죠. 매수할 때 어떤 시점에 팔고 나올지 출구(EXIT) 전략을 세우고 들어가야 하는데 그런 것을 안 하고 있다 투자를 망치는 경우도 있죠.
밸류에이션 분석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PER(주가수익비율), PBR(주가순자산비율) 등 밸류에이션이라는 건 결국 기업 지표에 대해 주가가 매겨지는 배수인데요. 그래서 ‘멀티플(Multiple)’이라고 부르기도 하죠. PER이 10이라면 주가가 기업 이익의 10배에 거래된다는 뜻입니다. 이 주식에 사람들의 관심과 희소함에 대한 열망이 커지면 PER이 20배, 30배로 늘어나게 되죠. 주가에 웃돈이 붙는 거예요. 반대의 경우엔 배수가 줄어들고요. 문제는 밸류에이션엔 절대적인 기준이 있지 않다는 겁니다. 같은 업종의 회사와 비교하려고 해도 사업군이 완전히 동일하진 않아 애매한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개인적으론 한 기업의 밸류에이션을 과거와 현재를 비교하는 방법을 선호합니다. 제가 최근에 좋은 수익률을 냈던 농심의 경우엔 과거 PBR 밴드가 0.7~1.0배 사이를 형성했는데, 올해 5~6월 0.68배로 0.7배 밑으로 내려와 있더라고요. 라면은 꾸준한 수요가 있는 상품인데, 주가가 내린 걸 고려해도 지나치게 많이 하락했다는 생각이 들어 매수했습니다. 역시나 하반기 들어 꽤 올라 수익을 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경험상 밸류에이션을 활용할 때는 얼마나 오를지보다 이 가격 밑으로는 더 빠지지 않겠다는 측면으로 활용하는 게 더 낫더라고요.
전문가들이 내놓는 밸류에이션이나 목표 주가도 많이 참고하는데, 실제론 크게 도움이 안 되는 것 같아요.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의 공부를 대신해주는 것에 의의가 있다’고 생각하고 활용해보세요. 전문가가 참고한 각종 데이터와 현안 정리, 향후 벌어질 상황들에 대한 스케줄 정리 등 팩트는 챙겨보세요. 하지만 전문가들의 최종 투자 의견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안 됩니다. 투자 의견은 본인이 다시 고민해야 해요.

최근 『실패를 극복하는 주식투자』를 출간한 여신욱 작가가 21일 서울 마포구 중앙일보 사옥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투자 아이디어를 세운 뒤 주식을 샀다면 언제 팔까요.
투자 아이디어는 명확하고 쉽고 드라마틱해야 해요. 지나치게 복잡한 아이디어는 대중의 동의를 얻기 어렵기 때문이죠. 그래서 저는 투자 아이디어를 마지막으로 정리할 때 포스트잇 하나에 담습니다. 설비 증설 투자 아이디어를 예로 들어볼게요. 어느 날 관심 기업에서 설비 증설 공시가 나왔습니다. 증설 완료 시점이 1년 뒤고, 가동 이후 시행착오 기간까지 고려한다면 1년6개월 뒤부터는 실적에 제대로 반영될 거예요. 투자 아이디어를 세울 때부터 이런 논리를 통해 적정 보유 기간을 도출해야 합니다. 물론 실제로 주가가 상승하는 시기는 정확히 1년6개월 뒤가 아니고 사람들의 심리가 반응하는 점을 고려해 앞뒤로 몇 개월 정도는 변할 수 있겠죠. ‘얼마 오르면 팔겠다’는 식의 목표를 세우는 건 바람직하지 않아요. 매도하는 ‘상황’이 중요합니다. 
망친 종목들을 손절매할 때는 어떻게 할까요.
망친 종목을 수습할 때 조심해야 할 게 있어요. 심리적으로 ‘손절’하고 싶을 때가 주가의 바닥인 경우도 많다는 거죠. 저는 그래서 손절할 때도 최소 5~6개월 정도의 시간을 두고 분할 매도할 것을 권해드려요. 경험상으로도 빨리 던지고 나가 버리고 싶을 때 한두 달 기다리면 다시 주가가 오르는 경우가 많잖아요. 교체 매매를 고려할 때도 바닥에 있는 종목을 팔고, 이미 많이 오르고 있는 종목들이 눈에 띈다고 덜컥 사는 경우가 많은데 조심해야 해요. 결국 투자 아이디어를 짜고 밸류에이션을 분석하고 출구 전략을 세우는 프로세스 투자를 해야 합니다. 프로세스대로 했는데, 확신이 생긴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생기는 돈마다 추가 매수해 평단가를 낮추고, 보유 주식 수량도 늘려야 해요. 이렇게 말하면 투자할 돈이 없다고 하는데, 커피값이라도 아껴서 ‘짠테크’해야 합니다.
삼성전자·네이버·카카오에 물린 분들에게 조언해주신다면.
삼성전자·네이버·카카오는 잘못한 게 없어요. 그리고 아는 게 이 종목들밖에 없다면 이걸 사서 물리는 건 문제가 아니에요. 오히려 지금 물렸다고 알지도 못하는 종목으로 갈아탔다가 또 물리는 게 문제예요. 종목을 고를 능력이 없을 땐 고르지 마세요. 잘 모르고 하는 분산 투자보다는 잘 모르고 하는 분할 매수가 훨씬 낫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국내 최고의 인재들이 모인 회사에 물려 있으니까 다른 종목에 물린 것보다 오히려 낫다고 생각합니다. 이 투자 아이디어에 공감한다면 더 분할 매수하세요. 다만 저도 당장 반등한다고 보진 않고 최소 1~2년은 더 지나야 한다고 봐요. 저 같은 경우는 올해 시장이 매우 안 좋았는데, 운이 좋게 플러스 수익을 냈거든요. 4년째 투자 중인 현대미포조선이 효자였어요. 바닥에서부터 꾸준히 분할 매수했죠. 삼성전자·네이버·카카오에 물린 분들이 내년까지 잘 버텨 결국 수익을 내는 경험을 꼭 했으면 좋겠어요. 투자 인생이 달라질 거예요.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투자 일기를 쓰세요. 일기든 일지든 기업 분석이든 최소한 하루 1시간 내 손으로 직접 글을 쓰세요. 남이 한 말을 베껴와도 괜찮습니다. 직접 써야 공부가 돼요. 그리고 거기에 내 생각을 짧게라도 추가해야 합니다. 기록함으로써 가장 어려운 시기에 멘털을 지킬 수 있습니다. 투자를 계속한다면 올해 같은 약세장을 피할 수 없어요. 하지만 더 잘 대응하는 투자자는 될 수 있죠. 하락의 한복판에서 최악의 오판을 피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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