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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가르치는 영문과 교수님…"수포자여, 내게 오라"
입력 2022.01.20 16:46 수정 2022.01.21 02:02 지면 A21
피플스토리 - 남호성 고려대 영문과 교수
고려대서 영어음성학 강의
문과생도 행렬·선형대수 배워
남 교수도 '문돌이' 출신
예일大 연구소 유학 시절
학문융합하며 '이과'에 눈떠
"수학 기초개념만 알아도
데이터 자유자재로 활용
'문송'이란 말 사라졌으면"
고려대서 영어음성학 강의
문과생도 행렬·선형대수 배워
남 교수도 '문돌이' 출신
예일大 연구소 유학 시절
학문융합하며 '이과'에 눈떠
"수학 기초개념만 알아도
데이터 자유자재로 활용
'문송'이란 말 사라졌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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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호성 고려대 교수. 사진=허문찬 기자
이 별난 과목의 수업을 맡은 ‘괴짜 교수’가 바로 남호성 영어영문학과 교수다. 세계적 음성학 연구소로 꼽히는 미국 예일대 헤스킨스연구소 출신인 그는 2014년 고려대에 부임해 ‘융합형 인재’ 양성에 매진하고 있다. 인재 양성뿐만 아니라 차량용 음성인식 솔루션 회사인 미디어젠과 협력해 상용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최근 그는 한국경제신문과 함께 일반 대중을 위한 자기계발서인 《수학을 읽어드립니다》를 펴냈다.
스스로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자)들을 위해 나섰다”고 말하는 남 교수. 어쩌다 영문과 교수가 영어 수업에서 수학과 코딩을 가르치게 된 것일까. 남 교수는 “저 역시 고교 때는 수학을 두려워한 ‘수포자’였지만 결국 극복해냈다”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수학과 코딩이 중요해진 만큼 겁먹지 않고 수학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0일 서울 동소문동 연구소에서 남 교수를 만났다.
○‘수포자’에서 수학 전도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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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허문찬 기자
“헤스킨스연구소는 음성학 연구소지만 과학·공학·코딩 등 다양한 학문 융합으로 더 유명합니다. 저는 그곳에서 음성처리 분야를 연구했는데 상당히 어려운 수학을 다뤄야만 했죠. 손 놓고 있던 수학을 독학으로 공부하려니 정말 엄청나게 어려웠어요. 도움을 구할 길이 없을 땐 블로그를 뒤져가면서 수학 공부에 매달렸습니다. 제가 이런 고생을 하면서 수학을 공부하다 보니 ‘학생들은 분명 여기가 어려울 거야’ 하고 바로 알 수 있게 됐죠.”
2014년 그는 헤스킨스연구소에서 배운 내용을 더 많은 사람과 공유하자는 생각에 한국으로 돌아와 고려대로 이직했다. 교수로 부임한 뒤엔 미디어젠과 협력해 ‘NAMZ(Neural AI research center at MediaZen)’ 연구소를 세웠다.
○“수학 다 안 배워도 됩니다”
남 교수가 수업에서 중점적으로 사용하는 수학은 고교 과정 중에서도 비교적 난도가 높은 ‘선형대수학’과 ‘행렬’이다. 인간의 음성을 데이터로 변환해 이를 자유자재로 활용하려면 두 과목은 필수다.선형대수학은 이과 학생들에겐 필수적인 과목이지만 문과생들은 고교 과정에서 접하지 않는 만큼 낯설 수밖에 없다. 기초부터 가르치려면 엄청난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 기자의 질문에 남 교수는 웃으며 그가 강좌에 사용하는 수업자료들을 보여줬다. 선형대수학과 행렬에 대한 기초적인 개념을 다루고 있지만 10분가량의 수업 내용 중 수식이 등장한 것은 많아야 서너 번. 그마저 기초적인 1차 방정식이 대부분이었다.
“일반적인 수학 수업에서 100을 가르친다면 실제 데이터 분석과 변환에서 필요한 수학은 많아야 3~5 정도입니다. 학교에서 ‘수포자’가 나오는 이유도 100을 모두 이해시키려고 해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해요. 자신이 좋아하고, 공부하고 싶은 분야에서 쓸 수 있는 수학을 집중적으로 공부한다면 수학을 좋아하는 학생이 훨씬 많아질 것입니다.”
글=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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