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는 사진 찍히기 좋아했고, DJ는 무심한 편이었죠”
‘대통령이 된 사람들’展 연 김녕만씨
김영삼·김대중 정부 청와대 출입… 윤보선 말년 등 대통령 10명 담아
“권력 잡으려고만 하지 말고 퇴임 후도 사랑받는 대통령 됐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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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자리에 오르기 위해 온갖 역경을 겪고, 대통령이 되어도 욕도 참 많이 먹잖아요. 그랬던 분들이 세상을 뜨거나 감옥에 가는 모습을 보면 권력무상, 인생무상을 느낍니다.”
지난 9일 찾은 서울 종로구 청운동 한 갤러리에서 개막한 사진전 ‘대통령이 된 사람들’에는 윤보선 전 대통령부터 문재인 대통령까지 전·현직 대통령 10명의 모습을 담은 사진 60여 점이 전시돼 있었다. 이 사진들은 동아일보 사진기자 출신의 사진가 김녕만(73)씨가 1979년부터 2017년까지 38년간 찍어온 작품이다. 청와대 출입 기자로 대통령 사진을 찍었고, 2001년 언론사를 떠나서는 선거 유세 현장을 찾아다니며 대통령 후보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김씨가 대통령의 모습을 처음 찍은 건 1979년 11월, 10·26 사태로 세상을 떠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장례 때였다. 신입 기자였던 그는 취재 지시를 받은 것도 아니었지만, 버스 위에 올라타 장례 행렬을 구경하는 시민을 발견하고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박정희 대통령 모습을 직접 찍은 건 아니었지만, 그가 누리던 막강한 권력도 죽음 앞에 얼마나 허망한 것인가 느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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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청와대 출입 사진기자로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의 일상 모습을 수백장씩 찍었다. 그는 “딱딱한 행사가 아닌, 알려지지 않은 모습들을 담고 싶었다”고 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머리를 손질하고 분장을 받는 모습, 의자에 기대서 다리를 뻗고 휴식하는 모습 등이다. 해외 순방 중 기내에서 기자들과 대화하거나, 산책하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모습도 담았다.
김씨는 “김영삼 전 대통령은 사진 찍히는 걸 좋아하던 분이었다”고 했다. “한 번은 사진기자들이 걸어가는 대통령의 모습을 찍으려고 대통령 앞으로 뛰어가니까 경호원들이 제지하려고 했어요. 그때 김 대통령이 오히려 경호원들에게 ‘카메라를 가리니 비켜라’라고 호통치더라고요.”
반면 김대중 전 대통령은 사진에 무심했다고 한다. 김씨는 “김 전 대통령은 사진을 찍든 말든 본인 할 일만 하는 편이었다”라며 “행사 시작 전에 사진 찍을 시간을 주지 않는 편이라 기자들이 애를 먹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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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가장 기억에 남는 사진으로 1998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미국 방문 때 찍은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씨 사진을 꼽았다. 백악관 만찬장에 초대받은 백씨가 휠체어에서 일어나 빌 클린턴 당시 미 대통령과 악수하려는 순간, 백씨의 바지가 흘러내려 성기가 노출됐다. 김씨는 “무료하게 바라보고 있는데 묘한 분위기가 흐르더니 사건이 발생했고 본능적으로 셔터를 눌렀다”고 했다. 당시 클린턴은 백악관 인턴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성추문으로 탄핵 위기였는데, 백씨가 클린턴의 부도덕함을 꾸짖는 행위예술을 한 것이라는 등의 해석도 나왔다.
김씨는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들의 말로를 보면 ‘이러려고 그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나’ 싶을 정도로 허망한 경우가 많다”며 “권력을 잡으려고만 하지 말고, 퇴임 이후에도 국민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는 대통령이 나오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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