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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 Now] 다음 블랙스완은 가짜뉴스로부터

황태자의 사색 2022. 2. 15.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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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 Now] 다음 블랙스완은 가짜뉴스로부터

백신은 가짜라던 美 방송인
코로나 감염돼 세상 떠나며
가짜뉴스 유포 뒤늦은 후회

최고 석학 토머스 프리드먼도
거짓정보 심각성 수차례 경고
진위가릴 팩트체크 더욱 절실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활동하던 방송인 딕 패럴은 "백신은 가짜"라며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을 늘 공격했다. 백신 접종을 거부했던 그는 지난해 8월 코로나19에 감염돼 사망했다. 죽기 한 달 전까지 그는 파우치 소장에 대해 "권력을 휘두르는 거짓말쟁이 괴물"이라고 몰아세웠다.

그는 지역사회에 꽤 영향력이 있는 인물이었다. 이렇게 가짜뉴스를 퍼트리던 그는 결국 사망 직전에 후회했다. 지인에게는 백신을 맞으라고 권했다.

미국의 누적 코로나19 사망자는 90만명을 넘었다. 이 중에 일부는 패럴과 같이 가짜뉴스를 퍼트리는 사람들에게 속아서 아까운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선진국인 미국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모습을 보면 가짜뉴스의 폐해를 새삼 깨닫게 된다.

소셜미디어가 가짜뉴스의 온상이 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제는 음원 사이트 등 다양한 미디어를 통한 가짜뉴스 유포가 논란이 되고 있다. 코미디언 출신 유명 팟캐스트 진행자인 조 로건은 세계 최대 음악 스트리밍 사이트인 '스포티파이'에서 백신에 대한 허위 주장을 일삼아 논란이 됐다. 그러자 유명 포크록 싱어송 라이터인 닐 영은 최근 스포티파이에서 자신의 음악을 모두 내리겠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백신의 효능에 대한 의심이 만연하자 기자는 스스로를 대상으로 팩트체크를 해봤다.

기자는 미국에서 정기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하고 있다. 가능한 항체검사도 병행해왔다. 현재는 항체검사를 받기가 쉽지 않지만 지난해 12월 중순까지는 거의 매주 항체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 부스터샷을 맞기 전까지는 항체 수치가 매주 추세적으로 계속 하락하는 것을 목격했다. 오미크론 변이가 빠르게 확산하던 지난해 12월 초 면역력이 떨어졌다고 보고, 부스터샷을 서둘렀다. 부스터샷을 맞고 3일 뒤에 항체검사를 했는데, 항체 수치가 평소 대비 3배 이상으로 높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덕분에 바이러스를 피해갈 수 있었다.

지난달 세계적 사상가인 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NYT) 칼럼니스트를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다.

인터뷰를 시작하자마자 가장 궁금했던 질문을 던졌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어떤 블랙스완(도저히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일이 실제로 일어나는 일)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지다.

그는 "향후 수년래 닥칠 가장 큰 도전 요인은 소셜미디어를 통한 가짜뉴스에서 올 것"이라고 말했다. 시간이 가면서 인터뷰 주제가 다른 주제로 흘러갔지만 그는 인터뷰 중간에 또다시 이 문제의 심각성을 제기했다.

그는 "최소한의 버퍼(완충장치)가 사라지면서 엄청난 양의 거짓 정보가 전 세계에 유통되고 있다"며 "가장 많이 버퍼를 제거한 곳은 언론 분야"라고 말했다. 세상이 혼란스러울수록 가짜뉴스는 득세할 수밖에 없다. 팩트체크가 더욱 절실한 이유다.

[뉴욕 = 박용범 특파원 life@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