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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처에 좀비 같은 인간…세계 감염시킨 'K공포'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
2주 연속 넷플릭스 1위
`킹덤`, 영화 `부산행` 등
한국형 좀비물 흥행이어
사회 부조리와 모순 담고
열차·조선 궁궐·고등학교 등
닫힌 공간서 압박 극대화
가슴 뭉클한 휴머니즘 가미
"좀비물은 인간 관찰 장르"
- 김유태 기자
- 입력 : 2022.02.14 17:05:41 수정 : 2022.02.15 11:3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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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좀비물 열풍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 시즌 1·2는 조선시대 왕실의 좀비화를 다루며 세계 시청자 시선을 사로잡았고, 그보다 앞선 2016년엔 영화 '부산행'이 세계 평단과 대중으로부터 동시에 호평을 받았다. 'K좀비'의 '3연속 홈런'인 셈이다. 세계는 왜 한국형 좀비물에 열광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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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좀비로 현실 모순을 성찰
먼저 좀비(Zombi)란 미국 한 종교인 부두교의 전설적인 소재로 '살아 움직이는 시체'를 뜻한다. 1979년 이탈리아 영화 '좀비' 상영 이후 용어가 굳어졌다는 게 정설이다.
'사후 인간에 숨을 불어넣는다'는 설정은 비현실적이지만 세계 공포 영화 장르에서 좀비라는 소재는 뚜렷한 족적을 남기고 있으며, 첫 좀비 영화는 영화사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은 193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좀비물은 역사가 깊다. 방금까지 자신과 동일했던 인간이 비(非)인간으로 전환된다는 공포감이 세계 모든 좀비물의 공통분모였다.
한국형 좀비물은 이런 좀비 장르에 한국 사회 특유의 부조리와 모순, 권력 구도를 삽입하는 데 능했다. '지금 우리 학교는'에선 왕따를 당해 자살을 시도한 고교생의 설욕을 위해 바이러스를 개발한 아버지의 광기가 원인으로 나온다. 왕위 계승을 위해 '죽은 사람을 살리는 명약'인 생사초를 왕에게 먹인 '킹덤'의 해원 조씨 일가도 부조리한 권력 구도를 상징했다.
영화 '부산행'에는 자본의 권력이 배후로 나온다. 바이러스를 누출할 정도로 취약했던 바이오 업체의 주식을 작전주로 보고 투자한 세력들이 그렇다. 창궐하는 좀비를 '전국 단위의 과격 폭력 시위'로 묘사하며 상황을 무마하는 행정안전부 장관은 부패한 권력을 은유한다. 이병철 문학평론가는 "세 작품은 모두 부조리한 모순과 권력 구도를 노출시키는 매력이 있다"며 "한국 사회의 모순이 좀비의 출현을 계기로 폭발하는 공통점을 가진다"고 설명했다.
◆ KTX·궁궐·학교란 특수 공간
특수한 공간을 서사 요소로 반영한 점도 한국형 좀비물의 매력을 배가시켰다. KTX 열차, 조선의 궁궐, 평범한 고등학교 건물은 모두 상황을 긴박하게 이끈다.
먼저 '부산행'은 한국 사람 다수에게 익숙한 KTX 열차를 '서울~대전~동대구~부산역' 노선으로 이동시키며 달리는 열차의 객실을 한국 사회의 상징과도 같은 공간으로 설정했다. '킹덤'은 사극에서나 자주 봤던 왕의 침소 강녕전을 '좀비의 첫 출발점'으로 하는 과감한 설정을 이끌어냈다. 낡은 초가가 좀비의 통행을 막는 최후의 요새로 바뀌고, 궁궐의 호수 빙판 아래 좀비를 수장시키는 장면도 제한된 공간을 긴박함의 요소로 활용했다. 또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도 평범한 고교의 방송실과 교실이 공포의 공간으로 변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열차 내부 구조와 학교 안의 다양한 공간을 옮겨가며 그 공간의 도구를 활용해 좀비를 막아낸 점은 기발하다"며 "너무 넓은 공간을 배경으로 했던 영화 '반도'의 반응이 별로 좋지 못했다는 점은 특기할 만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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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말의 세계 속 휴머니즘
2000년대 이후 대중적으로 호응을 얻는 좀비물의 정확한 명칭은 '좀비 아포칼립스'였다. 아포칼립스란 종말의 세계관을 의미한다. 한국형 좀비 콘텐츠는 좀비 아포칼립스가 전개되는 과정에서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인간들의 휴머니즘을 배치했다. 특히 '지금 우리 학교는'은 효산고등학교의 학생들, 그리고 부모들을 휴머니즘의 당사자로 전환시킨다. 좀비가 질주하는 가운데 미혼모가 된 한 학생은 좀비에 물린 뒤 식당의 손잡이에 자기 손을 묶으며 죽는다.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사건의 원인을 쫓던 형사는 학생 미혼모가 남긴 신생아를 포기하지 않는다. 딸을 구하러 죽음의 탈출을 감행하는 소방대원의 부성애도 그렇다.
'킹덤'에선 마땅히 자신에게 돌아가야 할 왕좌를 포기하는 세자 이창(주지훈)의 모습이 후반부에 그려지고, '부산행'에선 좀비에게 물려 이미 틀렸다며 문을 틀어막고 아내를 건너편 열차로 보내는 상화(마동석)의 모습이 나온다. 윤 평론가는 "해외 좀비 영화들이 감성을 자극하는 드라마적 요소가 약한 데 비해 한국 좀비 서사에는 다양한 인간 군상이 등장한다"며 "좀비보다 무서운 것도 인간이지만 희망 또한 인간에게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좋은 반응을 얻는 '지금 우리 학교는'에 대한 해외 반응을 보면 '재밌다' 외에도 '인간과 삶에 대해 성찰하게 된다'는 리뷰가 많은 이유"라고 덧붙였다.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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