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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안 사셔도 됩니다, 업그레이드 해드릴게요”

황태자의 사색 2022. 2. 21.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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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안 사셔도 됩니다, 업그레이드 해드릴게요”

전자업계, 기존 고객 붙잡기
세탁기·냉장고도 업데이트
삼성폰은 OS 업그레이드 연장

입력 2022.02.21 03:58
 
 
 
 
 

삼성전자는 지난 10일 갤럭시S22를 선보이면서 기존 3년이었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업그레이드를 4년으로 늘린다고 밝혔다. 운영체제는 스마트폰을 구동하는 핵심 프로그램으로, 운영체제 업그레이드를 연장해주면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길어질 수도 있어 제조사로서는 손해인데도 연장 결정을 한 것이다.

LG전자는 지난달 냉장고·세탁기 등 생활가전을 소프트웨어뿐 아니라 하드웨어까지 꾸준히 업그레이드해주는 ‘업(UP) 가전’이란 새로운 개념을 내놨다. 작년에 산 구형 세탁기라도, 올해 신제품에 들어간 기능을 쓸 수 있게 해주겠다는 것이다. 삼성이 지난해 가전 핵심 부품인 디지털 인버터 모터, 컴프레서의 ‘평생 무상 수리’를 선언한 이후 LG가 반격에 나선 셈이다.

전자 업계에 ‘더 쓰세요’ 전략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업계에선 이에 대해 “산토끼 잡는 것보다, 집토끼 지키는 게 더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스마트폰이나 가전 모두 기존 고객을 꽉 붙들어놓는 ‘록인(lock-in) 전략’이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애플은 ‘확실한 업그레이드’로 유명하다. 작년에 내놓은 자체 운영체제 iOS15를 6년 전(2015년) 모델인 아이폰6S에까지 지원해줬을 정도다. 이런 ‘의리’ 때문에 애플 팬(fan)으로 남은 이도 많다. 스마트폰 세계 3위인 중국 샤오미도 마찬가지다. 샤오미는 이용자 의견을 취합해 매주 운영체제를 업데이트하는 전략으로 ‘미펀(米粉‧샤오미팬)’을 광범위하게 구축했다.

가전도 스마트폰 업계의 전략을 빠르게 접목하고 있다. 가전에도 무선 인터넷이 속속 연결되면서, 손쉬운 업데이트가 가능해진 것도 영향이 크다. 가전 업계 관계자는 “가전은 소문과 이용 기간의 만족도가 다음 제품 구매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현재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는 게 최대 과제”라고 했다. 꼭 손해 보는 장사도 아니다. 제품 교체 주기가 길어지더라도 기존 소비자에게 업그레이드용 하드웨어 부품을 팔 수 있고 록인 효과까지 감안하면 장기적으로는 기업에 이익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