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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키기 전엔 모른다…남다른 취향도 유쾌할 수 있다는걸

황태자의 사색 2022. 3. 12.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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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키기 전엔 모른다…남다른 취향도 유쾌할 수 있다는걸

OTT 영화 공개 후 역주행…웹툰 `모럴센스`

겉으론 평범해 보이는
30대 훈남 직장인
예상 밖 택배 사고로
여자 후배에게 `비밀` 들켜

특이성향 공유하는 사이서
점점 더 가까워지는 코미디

원작 완결 4년 만에 다시 주목
웹툰 조회수 한달새 14배 폭발
해외서도 관심 뜨거워
8개 언어로 번역해 제공

  • 박대의 기자
  • 입력 : 2022.03.11 16:53:58   수정 : 2022.03.11 20:3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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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 넷플릭스]
"변태를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

누구나 비밀 하나쯤 가지고 살아간다지만 절대로 남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게 인간의 바람이자 욕심이다. 특히 입 밖으로 꺼내기 어려운 주제와 관련된 비밀일수록 지키고 싶은 마음은 더욱 커진다. 사소한 일도 편견과 오해가 더해져 눈덩이처럼 커지는 회사에서 동료들이 비밀을 알아버리는 것만큼 최악인 일도 없다.

웹툰 '모럴센스'에서 주인공 정지후는 겉보기엔 평범한 31세 남자다. 다소 차가운 외모로 다가가기 어려운 듯하지만 차분하고 모범적인 성품에 사내에서 호감을 가진 사람이 많다.

그런 그에게도 비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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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지배당하고 싶은 남다른 취향을 가졌다는 사실. 늘 침착한 모습에 부드러운 성격인 그가 특이 취향을 가졌을 것이라 생각하기는 쉽지 않다. 그의 비밀을 아는 소수의 친구들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만난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 말고는 고충을 토로할 곳도 없다.


[사진 제공 = 네이버웹툰]
그의 비밀이 발각될 위기에 처한 것은 회사로 주문한 개목걸이가 다른 사람에게 전달된 순간부터다. 서로 이름이 비슷해 첫 만남에서 호칭 정리부터 해야 했던 여자 후배 정지우의 손에 지후의 택배가 전달된다. 가족에게 들키기 싫어 회사로 보낸 택배를 회사 동료가 받아들면서 둘의 인연은 시작된다.

무표정에 무뚝뚝하고 직설적인 성격을 지닌 지우는 평소 회사 선배 이상의 감정으로 바라본 지후의 당황한 모습에도 동요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미 자신의 모든 비밀을 알아버렸다고 오해하고 사실을 털어놓는 지후에게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를 위로한다. 둘은 비밀을 공유하는 사이로 시작해 점점 서로의 감정도 공유하며 동료 이상의 관계로 발전한다.

웹툰 '모럴센스'는 2018년 8월 총 148회로 완결됐다. 최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서 영화로 제작돼 화제를 모으며 4년 만에 다시 주목받고 있다. 전편을 서비스하고 있는 네이버웹툰에 따르면 네이버 시리즈에서 '모럴센스' 조회 수는 지난 1월 17일 영화 예고편이 공개된 이후 4주간 14배 이상 증가했다. 전 세계 OTT에서 영화가 흥행하면서 해외 웹툰 플랫폼에서도 원작을 보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네이버웹툰은 '모럴센스'를 한국어를 포함해 영어, 일본어, 중국어(간체·정체), 스페인어, 태국어 등 8개 언어로 번역해 제공하고 있다. 영화 공개를 계기로 다시 뜨기 시작하며 '역주행'하고 있는 셈이다.


[사진 제공 = 네이버웹툰]
'모럴센스'는 지배(Dominance)와 복종(Submission)의 성적 지향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성적 요소를 다뤘지만 행위보다 사람들의 성향과 고충, 생활상에 집중하면서 불편하지 않게 볼 수 있는 유쾌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성적 소수자들의 심리를 많은 이에게 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 작품인 만큼 '15세 이용가'로 수위도 높지 않다. 오히려 팬들 사이에서 청춘 남녀를 주인공으로 하는 로맨틱 코미디 작품치고 지나치게 건전한 것 아니냐는 불만이 나올 정도다.

작가 겨울은 '모럴센스'가 낙서 한 장에서 시작됐다고 말했다. 겨울은 "우연히 비서에게 비밀을 들킨 사장이 자괴감에 괴로워하는 내용의 개그 만화가 시작이었다"며 "당시 남성이 마조히스트(피학성애자)인 설정의 작품을 본 적이 없었던 것 같아 새로운 설정으로 풀어냈다"고 말했다.


그는 "초반에 지후가 비밀을 들킨 줄 알고 지우에게 폭주할 때 독자분들이 함께 수치를 느꼈다는 반응이 재밌었다"며 "그 정도로 민망한 장면이었나 싶으면서도 비밀을 타인에게 들켰다는 점에 공감하면서 몰입할 수 있었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겨울은 "나름대로 찾아보고 주변에도 물어보면서 정보를 얻고 그중에서 심하거나 자극적인 것은 덜어냈다"며 "남녀 간 행위 묘사를 통해 자극도를 높이기보다 최대한 심리적인 변화나 주변 인물의 상황을 모아 풀어내는 방식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박대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