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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 헬퍼 찾으세요?”… 심부름 대행 앱이 척척

황태자의 사색 2022. 3. 17.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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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 헬퍼 찾으세요?”… 심부름 대행 앱이 척척

이기욱 기자 | 조민기 채널A기자
입력 2022-03-17 03:00업데이트 2022-03-17 03:00
 
재택치료 약 배달하고 식재료 구매대행도
전문업자 연결 심부름센터와 달리… 지역내 평범한 주민과 연결 시켜줘
“1인가구-비대면 활동 늘며 급성장”… 비용-노력 적게 들어 MZ세대에 인기
다음 달 출산을 앞둔 강모 씨(32·인천 남동구)는 1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재택치료에 들어간 강 씨는 증상이 악화돼 비대면 진료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약을 처방받았지만 남편도 확진으로 격리되면서 약국에서 약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보건소는 “인력이 부족하니 알아서 하라”고만 했다. 난감해하던 강 씨는 결국 심부름 대행 앱을 통해 5000원을 지불하고 약을 수령했다. 강 씨는 “주변에 지인도 없는데 임신한 상태로 확진되니 막막했다”면서 “대행 앱이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최근 코로나19에 확진돼 자가 격리된 이들을 중심으로 심부름 대행 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전문 업자를 연결해주던 예전 심부름센터와 달리 지역 내 평범한 주민을 연결해주는 것이 특징이다. 앱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대부분 고객이 심부름 내용과 지불할 대행료를 제시하면 여러 ‘헬퍼’(심부름 수행자)들이 확인 후 지원하는 식이다. 고객은 지원자의 성별, 연령대 등을 확인하고 헬퍼를 선택할 수 있다. 지원자와 채팅을 통해 간이 면접도 할 수 있다.

심부름은 물건 구매 대행이 많지만 가끔 이색적인 요구도 있다. 부산 서구에 거주하는 안종민 씨(25)는 지난해 12월부터 최근까지 시간이 남을 때마다 부업으로 심부름을 20건 정도 하고 40여만 원을 벌었다. 집 주변에서 음식, 식재료 등의 구매 대행을 주로 했다. 안 씨는 “어쩌다 ‘주말에 같이 영화 보실 분’처럼 친구를 구하는 심부름도 올라오는데, 그런 요청은 10분도 안 돼 마감된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심부름 대행 앱 ‘해주세요’와 ‘급구’ 측은 최근 한 달간 매출이 전달 대비 20∼30% 급증했다고 밝혔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1인 가구가 늘어난 데다 코로나19로 격리자가 증가하며 비대면 활동이 일상이 된 것이 심부름 앱 급성장의 배경”이라며 “소정의 보수를 매개로 지역 공동체 내에서 서로 돕는 플랫폼이 마련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심부름 앱은 특히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사이에서 특히 인기다. 앱 ‘급구’와 ‘해주세요’ 가입자의 62∼74%가 10, 20대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치료학과 교수는 “심부름 대행 앱은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서비스를 얻고, 적은 노력으로 돈을 벌 수 있어 ‘가성비’를 중시하는 MZ세대 특성에 맞는다”고 분석했다.

다만 범죄 악용 소지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앱 이용자 이형주 씨(23·경기 성남시)는 “남의 집 대문 사진을 찍어 달라는 심부름 요청이 올라오기도 한다”고 했다. 헬퍼 김모 씨(43·서울 용산구)는 “벌레 퇴치 심부름 같은 경우 여성 혼자 사는 집인 경우가 많다. 따로 헬퍼 자격증이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시킬 대상을 신중하게 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앱 운영사들은 “헬퍼로 활동하려면 신분증, 휴대전화, 계좌 인증을 거쳐야 한다. 또 헬퍼의 과거 활동과 평가를 확인할 수 있는 리뷰 시스템을 통해 악용을 방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조민기 채널A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