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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츠랩] 언제까지 ‘6만전자’? 잉여현금 보면 보인다

황태자의 사색 2022. 3. 28.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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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츠랩] 언제까지 ‘6만전자’? 잉여현금 보면 보인다

중앙일보

입력 2022.03.23 00:03

지면보기지면 정보

삼성전자

기업의 사업보고서에는 기업 개요부터 사업 내용, 재무제표, 감사의견 등 핵심 정보들이 담겨 있습니다.

워런 버핏, 피터 린치 등 전설적인 투자자들도 이를 즐겨 활용했다죠.

 

사업보고서가 나온 김에 살펴볼 기업은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입니다. 삼성전자는 지난 8일 사업보고서를 공시했어요.

 

569페이지나 됩니다. 다룰 내용은 많지만, 이번에는 삼성전자 주가와 가장 관련성이 크다고 알려진,

잉여현금흐름(FCF·Free Cash Flow)을 중심으로 살펴보려고 해요.

 

먼저 삼성전자 주주가 가장 관심을 갖는 건 뭘까요. 실적? 물론 실적은 좋아야 하지만, 그것 만으론 부족하죠.

 

바로 배당입니다. 실적 좋은 기업의 주가가 오르는 것도 결국 주주 환원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죠.

삼성전자 잉여현금흐름(FCF)과 주가.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서 삼성전자 사업보고서 ‘Ⅲ. 재무에 관한 사항 - 6. 배당에 관한 사항’ 항목에 들어가 보면, 이 회사 배당 정책이    나옵니다.

배당 재원 기준을 ‘잉여현금흐름’이란 것으로 한다고 설명해 놨죠. 막연히 당기순이익이 아니라, 실제 기업 금고로

들어온 현금을 기준으로 나눠주겠다는 소리입니다.

 

잉여현금흐름은 말 그대로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현금이란 의미죠.

 

장사로 벌어오는 현금(영업활동 현금흐름)에서 계속적인 가게 운영을 위해 재투자하는 돈, 전문 용어로

자본적 지출(Capex)을 빼고 남는 돈이 잉여현금흐름입니다.

 

삼성전자는 신통하게도 주가 흐름과 잉여현금흐름 추이가 비슷하게 들어맞습니다.

완벽히 일치할 정도는 아니지만, 상관관계가 꽤 큰 모습이죠.

 

잉여현금흐름이 증가할 땐 주가가 오르고, 감소할 땐 하락하는 모습, 보이나요?

 

그도 그럴 것이 잉여현금흐름이 늘어야 주주 환원도 잘할 수 있으니, 주가가 오르는 건 논리적으로도 타당하죠.

삼성전자 설비 투자(CAPEX)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잉여현금흐름이 는다고 반드시 좋은가? 그건 아닙니다.

왜냐면 이게 영업을 잘해서 는 게 아니라, 설비 투자를 소극적으로 해서 는 거라면, 장기적으로 좋지 않겠죠.

 

반대로 잉여현금흐름이 마이너스라고 해서 다 나쁜 것도 아닙니다.

 

당장은 영업으로 돈을 못 벌어도 창대한 꿈을 안고 설비 투자에 나선다면, 미래 성장성은 좋아질 수도 있고요.

 

잉여현금흐름이 왜 증감했는지 구체적으로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얘깁니다.

 

삼성전자는 영업으로 꾸준히 현금을 끌어와 끊임없이 재투자에 쓰고 있는 안정화 단계 기업입니다.

 

설비 투자를 과감히 할 때는 잉여현금흐름이 줄어 주가가 내리기도 하지만, 과거의 투자가 미래의 수입으로 돌아와

다시 기업가치를 끌어올려 놓는 선순환 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거죠.

 

삼성전자는 2021년 대규모 투자 계획을 공식화했습니다. 향후 3년간 240조원을 투자할 계획이죠.

 

반도체 부문에서 초격차를 유지하고, 바이오와 5G, 로봇 사업을 키우겠다는 겁니다.

 

투자를 계속 늘리는 만큼 앞으로의 잉여현금흐름 전망은 하향 곡선을 그릴 가능성은 있습니다.

 

삼전 주가가 작년 1월 꼭짓점을 찍고 ‘9만 전자’에서 최근 ‘6만 전자’ 언저리를 맴돌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는 않아 보입니다.

 

다만 대규모 투자에 따른 현금 유출은 지난해 8월 공표한 사안인 만큼, 이미 현재 주가엔 반영됐을 가능성도 있죠.

 

근래 늘려온 투자의 결실로 영업으로 버는 돈이 많아지면, 잉여현금흐름이 반등할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우크라이나 사태 여파인데요. 공급 측면에서 러시아에서 생산하는 네온·크립톤·크세논 가스 등

반도체 원료 수급이 얼마나 불안정해 질 거냐가 관건이죠.

 

수요 측면에선 러시아 지역 내 정보기술(IT) 수요가 감소할 우려도 점쳐집니다.

 

사태가 장기화해 미·중 분쟁이 격화하고, 러시아의 국가 부도, 중국 위안화 쇼크 등 거시 경제 상황이 악화하면

반도체 업황에도 부정적이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신 폰 갤럭시S22 출시 직후 ‘GOS(게임 옵티마이징 서비스)’ 논란이 인 것도 노이즈를

낳고 있습니다.

 

GOS는 연산 능력이 많이 필요한 게임을 실행하면 기기 보호를 위해 성능을 낮추는 프로그램인데, 이를 소비자 선택권은 안중에도 없이 강제하다 보니 불만이 일고 있죠.

 

기껏 출시한 폰 판매량에 부정적 이슈임엔 틀림없습니다. 16일 주총에서도 이에 대한 주주의 지적이 많았습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매출액 280조원, 영업이익 52조원의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올해 실적은 거시 변수 탓에 불확실성이 커졌지만, 이 사태만 무난하게 지나가면 시장 기대엔 미칠 수 있으리란 전망도 있습니다.

 

올해 삼성전자의 예상 영업이익은 애플·TSMC 등 경쟁사보다 양호한데도 시가총액은 영업이익이 양호한 정도에는

못 미치는 상황이니, 최근 주가가 유독 저평가됐다는 시각이 많죠.

 

앤츠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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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