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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담비 품은 우아한 여인…아름다움에 생동감을 불어넣다
입력 2022.05.05 15:54 수정 2022.05.06 02:12 지면 A19
이명옥의 명작 유레카
레오나르도 다빈치 '흰 담비를 안고 있는 여인'
애첩 모습 영원히 담고 싶었던 군주
최고 화가 다빈치에게 초상화 의뢰
베일 소재의 모자·산호석 목걸이…
최신 패션으로 고귀한 신분 강조
'순수함 상징' 담비 몸체의 비틀림
평면적인 화폭에 역동성 극대화
레오나르도 다빈치 '흰 담비를 안고 있는 여인'
애첩 모습 영원히 담고 싶었던 군주
최고 화가 다빈치에게 초상화 의뢰
베일 소재의 모자·산호석 목걸이…
최신 패션으로 고귀한 신분 강조
'순수함 상징' 담비 몸체의 비틀림
평면적인 화폭에 역동성 극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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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인은 어찌 이리도 아름다운가. 태양조차 그 눈동자에 비하면 빛을 잃을 정도이네(-) 실재하는 여자들이 시샘할 정도이네. 이 아름다운 젊은 여인이 진짜로 살아 말하는 것을 듣는 듯하기 때문이네(-) 루도비코에게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레오나르도의 천재성과 손에도.’
당시 벨린치오니는 일 모로라는 별명으로 불린 밀라노 공작 루도비코 스포르차의 후원을 받으며 밀라노 궁정시인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시인은 왜 초상화 속 미녀뿐만 아니라 루도비코와 레오나르도에게도 찬사를 바쳤을까. 이 그림의 주문자는 루도비코이며 걸작을 그린 사람은 이탈리아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천재 화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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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반니 안토니오 볼트라피오의 ‘루도비코 일 모로 초상화’, 약 1500년, 밀라노 트리불치오 왕자 컬렉션
자, 이 작품이 미술사의 걸작으로 평가받는 의미를 살펴보자. 먼저 단색으로 이뤄진 검은 배경 화면을 선택했다. 인물에 시선을 집중시키는 한편 모델의 흰 피부색을 돋보이도록 하기 위해서다. 다음은 당시 이탈리아에서 유행한 세련되고 정교한 헤어 스타일과 보석 장신구, 스페인풍 패션을 활용해 청순하고 우아한 아름다움을 연출했다. 예를 들어 머리카락을 뒤에서 묶어 턱 아래로 통과하는 투명한 베일 소재의 모자는 타원형 얼굴을 강조하면서 머리가 동그랗게 보이는 효과를 가져온다. 목을 한 번 휘감는 방식으로 걸친 검은 산호석 목걸이와 쇄골과 어깨를 드러낸 의상은 긴 목선을 강조하며 청순함과 관능성이 어우러진 이중적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다음은 미녀와 동물의 결합이 가져온 상승 효과다. 여인은 흰 담비를 품에 안고 고개를 왼쪽으로 돌린 채 곡선미가 돋보이는 길고 가는 손가락으로 동물을 쓰다듬고 있다. 상반신은 오른쪽, 얼굴은 왼쪽을 향하고 있어, 동세와 시선이 서로 반대 방향을 이루는 독특한 구도가 만들어졌다. 이런 역동적 자세는 인물에 움직임을 주고 평면 화폭에 생동감을 주는 효과를 가져온다. 가장 흥미로운 것은 젊은 미녀와 담비의 공통점이다. 둘은 생김새와 피부색이 비슷하고 자세도 닮았다. 담비를 만지는 여인의 손가락과 담비 몸체의 나선형 비틀림을 비교해보라. 담비의 몸과 머리도 여인처럼 반대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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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옥 사비나미술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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