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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은 영화평론가는 "학폭 문제를 둘러싼 어른들의 리액션은 많은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는 또 하나의 좋은 소재다. 세대 갈등, 계급 갈등이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이라며 "유례없는 저출생 시대는 미래의 주축이 될 세대들에 대해 더 지대한 혹은 집요한 관심을 갖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동명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하는 드라마 '돼지의 왕'은 학폭 이후 20년 뒤에 펼쳐진 복수극을 보여준다. 학폭의 피해자, 아니 학폭의 목격자라도 열광할 만한 소재다. 피해 학생 황경민은 중학생 시절 자신에게 수음을 강요한 동급생 안정희를 찾아간다. 버스회사 대표가 된 경민은 가명을 쓰는데, 자동차 정비업체 사장인 정희는 자신에게 굴러들어온 횡재에 입을 떡 벌린다. 그러나 경민은 결국 자신을 몰라보는 정희를 묶어놓고 칼로 도살하듯 살해한다. 그런데 경민의 '안정희 살인'은 복수극의 시작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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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심판'은 청소년 폭력을 본격적으로 응시하면서 촉법소년에 대한 사회적 분노를 면밀히 검토하는 명작이다. 배우 김혜수가 연기한 판사 심은석은 평소 소년범을 지극히 혐오하는데, 소년범 최고 형벌인 '10호 처분'만 내린다고 해서 별명도 '십(10)은석'이다. 심 판사는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 아파트 벽돌 투척 사건, 시험지 유출 사건 등 심각한 청소년 사건과 마주한다.
법원이 위탁 운영하는 푸름센터에 머무는 리더 최영나, 연화 집단 성폭행 사건의 주범 백도현은 학폭 수준을 넘어 형사처벌이 불가피한 범죄의 선을 넘나든다. 이병철 평론가는 "학폭 드라마의 주요 시청자는 가해자 위치보다는 피해자, 적어도 피해자에게 공감하는 선한 사람들"이라며 "드라마 '돼지의 왕'이 사적 복수를 통해 관객에게 쾌감을 준다면 '소년심판'은 공적 영역에서의 처벌을 이야기한다. 경민의 사적 복수, 심 판사의 냉정한 판결이 공감을 얻는 이유는 그만큼 우리 사회가 단죄하지 못한 학폭 이슈에서 대리만족을 느끼려는 심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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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은 평론가는 "드라마 '스카이 캐슬' '펜트하우스' 등에서도 보듯 10대 역할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다. 이는 고령화 사회 이면에서 다음 세대에 대한 관심이 훨씬 커졌다는 뜻"이라며 "이때 학교는 하나의 사회이며, 압축된 사회에서 벌어지는 폭력을 바라보는 시도가 된다. 학폭 이슈에 관한 콘텐츠는 예전에도 많이 있었지만 주로 독립영화를 위시해 만들어진 데 비해 이제 좀 더 대중적인 소재로 자리 잡은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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