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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뜨거운 봄'…제트기류의 심술, 이제 서막일 뿐 [Science]

황태자의 사색 2022. 6. 14.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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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뜨거운 봄'…제트기류의 심술, 이제 서막일 뿐 [Science]

3~5월 평균 13.2도 역대 최고
여름에도 끔찍한 폭염 가능성
봄철 티베트지역 눈덮임 감소 탓

인도는 연일 50도 살인적 더위
美선 이례적으로 4월에 강추위

북극 해빙 녹으며 온난화 불러
힘 약해진 제트기류 요동치게돼
구부러진 파동에 한파·폭염 강타

  • 정희영 기자
  • 입력 : 2022.06.13 17:03:41   수정 : 2022.06.13 22:5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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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이 시작된 지 6개월 만에 역사에 이름을 남기게 됐다. 전국 기상 관측이 시작된 1973년 이후 '가장 뜨거운 봄'이 바로 올해기 때문이다.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전국 평균 기온은 13.2도로 나타났다. 지난달 23일 서울에서도 낮 최고 기온은 30도를 넘어섰다. 대구 기온은 봄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33도까지 올라갔다.

여름도 평년 대비 기온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7월과 8월 평균 기온이 평년 대비 높을 확률은 약 50%다. 비슷할 확률과 낮을 확률을 합쳐도 높을 확률과 비슷한 것이다. 봄철 티베트 지역의 눈 덮임이 적었는데, 이 같은 현상이 고기압을 발달시키며 한반도의 기온도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나치게 더운 봄에 대해 기상청은 공식적으로 "여름이 길어진 것"이라고 설명한다. 기상청에 따르면 1912~1940년 기후와 1991~2020년 기후를 비교했을 때 여름은 20일 길어지고 겨울은 22일 짧아졌다. 과거 30년의 경우 여름은 6월 11일부터 9월 16일까지지만 최근 30년 여름은 5월 31일부터 9월 25일까지였다. 여름은 118일로 가장 긴 계절이 됐다. 가장 짧은 계절은 가을로, 69일에 불과했다.

그러나 다른 국가들에 비하면 한국 날씨는 양반처럼 보이는 게 올해 봄 상황이다. 가장 심각한 곳은 인도로, 최고 기온이 47도에 달했다. 1901년 기상 관측 이래 121년 만의 최고치다. 폭염은 하늘을 날아다니는 새들에게도 치명적이었다. 심각한 탈수 증상으로 추락하며 새들의 날개가 부러지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수종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폭염이 더욱 강해지는 패턴을 보인다"며 "올해 이상의 폭염도 이어질 것이다. 올해가 '폭염 원년'이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전 세계로 시야를 넓히면 또 다른 현상이 보인다. 미 국립해양대기국은 지난 4월 전 세계 평균 기온이 1880년 기후 관측 이래 다섯 번째로 더운 4월이었다고 밝혔다. 아시아 지역은 가장 뜨거운 4월이었으며, 아프리카는 9번째, 호주는 7번째로 더운 4월이었다고 한다. 의아한 점은 북아메리카의 경우 2018년 이후 가장 추운 4월로 기록됐다는 점이다. 같은 시기에 전 세계는 더위에 시달리는데 일부 지역은 오히려 기온이 떨어지는 이유는 뭘까. 정 교수는 제트기류가 힘을 쓰지 못하는 상황을 '이상기후' 현상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일부 지방에서는 폭염이, 다른 지방에서는 추위가 발생하는 것은 모두 직선으로 뻗어야 할 제트기류가 구불구불해지며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제트기류는 10~15㎞ 상공에서 부는 강한 바람이다. 빠를 때는 초속 100m로 흐르기도 한다. 방향은 서쪽에서 동쪽으로, 끊어지지 않고 지구 중위도 지역을 순환한다. 북반구의 차가운 공기와 적도 지방의 뜨거운 공기를 나누는 벽과 같은 역할을 한다.

정 교수는 "제트기류의 힘이 약해지면 속도가 느려지게 되는데, 직선으로 부는 기류가 위도에 따라 위아래 지그재그 형태로 흐르게 된다"고 전했다. 이어 "제트기류가 구불구불해지면 골의 형태에 따라 차가운 공기가 남쪽으로 내려오거나 뜨거운 공기가 위로 올라가게 돼 이상기후가 발생한다"며 "현재 기후변화의 특징은 평균적인 기온이 오를 뿐 아니라 변동성도 커지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평균 기온이 오르는 것만으로도 힘든데, 제트기류는 왜 약해져 변동성까지 높아진 걸까. 원인은 다시 '지구온난화'로 돌아간다. 따뜻해진 날씨가 북극의 해빙과 남극 빙하를 녹이고 있다는 점은 이미 잘 알려졌다. 이렇게 녹아내린 북극의 얼음이 제트기류를 약화시키고 전 지구적 기후 변동성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김주홍 극지연구소 대기연구본부 책임연구원은 "북극 해빙이 녹는 현상은 특히 북반구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빙이 녹으면 바다에서 열이 대기 중으로 더 많이 올라오며 충격을 주게 된다"고 말했다.

차가운 물이 바다에 유입된다고 해 대기의 온도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해빙으로 덮여 있던 바다가 얼음이 녹으면 그대로 대기 중에 노출된다. 바다는 대기에 비해 따뜻하기에 노출되는 바다의 면적이 넓을수록 대기로 흡수되는 열도 많아진다. 이렇게 흡수된 열은 대기에 충격을 준다. 고요한 물 위에 돌을 던졌을 때 파장이 생기는 것처럼, 충격을 받은 대기에도 파동이 생긴다. 팽팽하게 불던 제트기류가 파동에 따라 구불구불해지는 것이다.

김 책임연구원은 "아무리 차가운 바다라고 하더라도 -3~-2도 수준이다. 반면 북극 대기 온도는 -30~-20도 수준"이라며 "얼음으로 덮여 있던 부분이 열리면 열이 대기에 충격을 가한다"고 밝혔다. 이어 "제트기류는 중위도의 날씨를 좌우하는 중요한 현상"이라면서 "추워야 하는 곳에 열이 흡수돼 뜨거워지면 제트기류도 이에 따라 파동 형태로 구불구불해진다"고 전했다. 문제는 지금 당장 탄소배출량을 '0'으로 줄여도 일부 지역에서는 이상기후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국종성 포스텍 환경공학과 교수 연구팀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높였다가 낮추는 지구시스템모형 시뮬레이션을 수행한 결과, 열대수렴대의 위치는 이산화탄소 농도가 낮아질 때 급격히 남쪽으로 내려왔다고 발표했다.

농도를 원래 수준으로 되돌려도 열대수렴대의 중심은 남반구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일부 지역에서는 '슈퍼엘니뇨'가 지속되며 비가 쏟아지는 이상기후 현상이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사하라사막을 포함한 사헬지역과 지중해 남부 유럽에서는 강수량이 20%가량 줄어들었다. 사막화가 더욱 진행되는 것이다. 반면 북·남아메리카의 강수량은 15% 늘었고, 서부 지역에서는 홍수가 발생할 위험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반도를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의 여름 강수량도 늘었다.

국 교수는 "단순한 이유"라며 "탄소배출이 0이 되더라도 대기 중 이산화탄소는 그대로 있어 이들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이산화탄소가 증가하며 발생한 열이 대기 기온을 올린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해양의 온도 상승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면서 "이산화탄소 배출이 0이 되며 대기가 일정해지더라도 해양의 열이 대기로 나오면서 특정 지역 온도는 더욱 상승하게 된다"고 전했다.

국 교수는 "탄소중립이 시행되더라도 그 순간부터 기온 상승이 멈추는 건 아니다. 해양에 있는 이산화탄소의 영향이 있기 때문에 몇십 년이 지나야 평형 상태가 된다"며 "더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고 밝혔다.

사람의 활동이 기후변화를 일으키고 있다는 것은 연구로 증명된 바 있다. 지난 4월 김형준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는 지구 메타버스 기술을 이용해 과거 50년간 관측된 동아시아 지역의 태풍에 의한 호우 빈도 증가가 인간 활동에 의한 기후변화 영향이라는 것을 국제 공동 연구로 증명했다고 주장했다.


인간 활동으로 온실가스가 배출된 지구와 그러지 않은 지구를 각각 시뮬레이션한 결과, 중국 남동부 연안 영역부터 한반도와 일본에 걸쳐 호우 빈도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연 변동성 영향도 있지만 사람의 활동 역시 기후변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다.

김 교수는 "동아시아에서 태풍에 의한 호우 발생 확률이 최근 반세기 동안 유의미하게 증가했다는 점을 밝힌 것"이라며 "이 변화에 인류의 흔적이 뚜렷하게 남아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설명했다.

[정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