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그플레이션·그린플레이션, 세계 물가 쌍끌이 압박
세계식량가격지수는 10년 만에 최고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기록적 물가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경기가 회복되고 소비가 살아나는 국면에서 글로벌 공급망 마비, 주요국의 구인난으로 인한 공급 부족 등이 겹치면서 세계적으로 물가가 치솟고 있다. 특히 ‘애그플레이션(농산물 가격 상승에 따른 물가 상승)’과 ‘그린플레이션(친환경 원자재 수급 불균형에 따른 물가 상승)’이 쌍끌이로 국제 물가 상승을 이끌고 있다. 9일 한국은행은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쉽게 해소되기 어렵고,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세계식량가격지수 10년 만에 최고
‘식탁 물가’와 직결되는 애그플레이션은 가계에 큰 타격을 입히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내놓는 세계식량가격지수(2014~2016년 평균이 100)는 올해 11월 134.4에 달했다. 10년 5개월 만의 최고치다. 2015년부터 작년까지 6년 내리 연평균 100 미만에 머물렀음을 감안하면 올 들어 먹을거리 가격이 폭발적으로 뛰고 있는 것이다.
기상 이변이 잦아지며 식량 수요를 공급이 뒤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애그플레이션의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식량 수출국에서 선적이 지연되며 공급난에 시달리는 것도 가격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특히 11월 FAO의 곡물가격지수는 141.5였고, 야채가격지수는 무려 184.6에 달했다. 세계적으로 밀과 옥수수 공급이 부족해 가격이 폭등해 곡류 가격이 큰 폭으로 뛰고 있다. 글로벌 애그플레이션은 고스란히 국내 장바구니 물가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11월 소비자물가가 3.7% 오른 가운데 농축수산물(7.6%)과 신선식품(6.3%)은 오름 폭이 훨씬 컸다.
그린플레이션도 전 지구적으로 파장을 부르고 있다. 세계 각국이 탄소 중립을 외치며 친환경 정책에 속도를 내자 이와 관련한 원자재 가격이 폭발하고 있다. 특히 전기차 관련 원자재 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다. KDB미래전략연구소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분기에 리튬 가격은 395% 올랐다(작년 3분기 대비). 마그네슘(290%)과 망간(102%) 값도 크게 올랐다. 리튬과 망간은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재료이며, 마그네슘은 주행거리 늘리기에 필요한 차체 경량화의 필수품이다.

◇한국은행 “글로벌 물가 상승세 쉽게 해소 안 된다”
G2(주요 2국)라고 하는 미국과 중국이 나란히 전례를 찾기 어려운 물가 상승을 겪고 있어 인플레이션을 피할 수 있는 나라가 드문 상황이다. 9일 중국 국가통계국은 11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작년 11월 대비 12.9% 올랐다고 발표했다. 10월 상승률(13.5%)보다 다소 낮아졌다고 해도 시장 전망치(12.4%)는 상회했다. ‘세계의 공장’ 격인 중국의 생산자물가가 오르면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리고 다른 나라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끼친다. 미국도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2%를 기록해 3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은 국내 물가가 국제 물가의 영향을 점점 더 많이 받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은 이날 공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인플레이션율(물가 상승률)과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 상관 계수가 2000∼2007년 0.28에서 2010∼2021년 0.78로 높아졌다고 밝혔다. 계량 모형 분석에서도 글로벌 물가가 1%포인트 오를 경우 국내 물가를 끌어올리는 폭이 2000∼2007년에는 0.1%포인트였는데, 2010∼2021년은 0.26%포인트로 나왔다. 무역 의존도가 커지면서 국내 물가가 세계 물가 흐름에 연동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얘기다.
한은은 이와 함께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주요 34국의 국내총생산(GDP)을 반영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추산한 결과 올해 10월 34국의 물가 상승률은 4.39%로 2008년 10월(4.43%)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한은은 “글로벌 물가 상승세가 당초 예상보다 오래가면서 내년 상반기까지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한은이 계속 물가 상승을 부채질할 것으로 꼽은 요인은 주요국 경제의 수요·비용 증가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 공급 병목, 임금 상승, 주거비 오름세, 기후변화 등이다.
☞애그플레이션·그린플레이션
애그플레이션(agflation)은 농업(agriculture)과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 농산물 가격이 오르면서 일반 물가까지 상승하는 현상을 뜻한다.
그린플레이션(greenflation)은 녹색(green)과 인플레이션의 합성어. 환경 규제 강화로 친환경 원자재에 대한 수요가 증가해 가격이 오르는 현상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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