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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층 건물 6㎞ 레일 타고, 주문받은 1만5000벌이 스르륵

황태자의 사색 2022. 6. 13.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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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층 건물 6㎞ 레일 타고, 주문받은 1만5000벌이 스르륵

국내 여성복 시장 1위 한섬, 온라인 전용 자동화 물류센터

입력 2022.06.13 05:10
 
 
 
 
 

9일 오전 경기도 이천에 있는 한섬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스마트허브 e비즈’ 4층. 로봇청소기 모양의 무인운반로봇이 ‘타임’ 브랜드 옷이 걸려 있는 2m 남짓 길이의 선반장을 직원 앞으로 가져왔다. 그러자 직원이 모니터 화면에 뜬 고객 주문 옷을 골라내 천장을 따라 움직이는 레일에 걸었다. 이런 방식으로 3층부터 12층까지 각 층에 있던 옷들은 레일을 타고 1층과 2층으로 옮겨졌다. 한 벌만 주문한 경우엔 곧바로 1층으로 이동하고, 포장 담당 직원이 옷을 검수한 후 택배 상자에 담았다. 한 고객이 여러 벌 옷을 주문한 경우에는 2층 레일에서 손님별로 자동 분류됐다.

◇6㎞ 레일 타고 이동… 주문별로 자동 분류

국내 여성복 시장 1위인 한섬이 지난 1일부터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를 본격적으로 가동했다. 500억원을 들여 전체 면적 5만241㎡(1만5200평), 12층 규모의 건물을 짓고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했다. 한섬 30여 브랜드 3만6000여 품목, 92만벌을 입·출고하는 과정 대부분을 자동화했다. 한섬 관계자는 “전체 매출에서 온라인 판매가 차지하는 비율이 2019년 12%에서 작년 21%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며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를 만들면서 발송까지 걸리는 시간이 20~30% 줄고, 오배송 건도 절반으로 감소했다”고 말했다.

무인 운반 로봇이 가져다준 옷 - 9일 오전 경기도 이천의 한섬 온라인 물류센터에서 직원이 무인 운반 로봇이 가져다준 선반장에서 고객 주문 옷을 꺼내 천장 레일에 걸고 있다(왼쪽). 3~12층에 걸려 있던 옷들은 2층으로 옮겨져 같은 고객이 주문한 상품끼리 자동으로 분류된다(오른쪽). /장련성 기자

이날 둘러본 물류센터 안에서는 직원들이 주문한 옷을 찾으러 창고 곳곳을 뛰어다니는 풍경이 사라졌다. 운반로봇 168대가 선반장 7000여 개를 작업자 앞으로 바로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총 6㎞ 길이의 레일은 무선주파수 식별 기술(RFID)을 이용해 상품을 분류하고 필요한 장소로 이동시킨다.

한섬은 자동화 과정을 통해 고객이 주문한 순간부터 집 앞에 상품이 도착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평균 41시간에서 32시간으로 줄였다. 주문한 상품을 다음 날까지 받는 고객 비율도 기존 절반 정도에서 80% 수준으로 늘었다. 임재옥 온라인물류센터 책임은 “현재 하루 1만5000벌 정도 주문이 들어오는데, 앞으로 온라인 주문이 두 배 늘어도 처리 가능하다”고 말했다.

 

◇커지는 온라인 패션 시장, 속도를 높여라

쿠팡·SSG닷컴 같은 이커머스 전문 업체가 공격적으로 물류센터 구축과 자동화에 투자하는 동안 패션업계는 온라인 분야 투자에 상대적으로 소홀했다. 코로나 이전만 해도 전통 패션업체 매출에서 온라인 비중이 미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 온라인 패션 시장이 급성장했다. 교보증권에 따르면 전체 패션·의류 쇼핑액 중 온라인 비율은 2016년 14%에서 작년 35%까지 5년 만에 두 배 이상으로 커졌다.

상황이 달라지자 패션업체들도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온라인 물류센터 구축과 자동화에 잇따라 나섰다. LF는 경기도 안산에 온·오프 통합 물류센터를 구축했다. 창고 안에서 상품을 빠르게 찾고 분류하는 데 중점을 뒀다. 피킹(출고할 상품을 꺼내는 일) 과정에선 PDA(휴대 단말기)가 상품 위치를 알려주고, 분류 과정에선 ‘미니 다스(DAS)’ 시스템이 고객 주문건별로 상품을 담는 과정을 돕는다. 코오롱FnC는 동탄 통합 물류센터의 절반 정도를 자동화했다. 직원이 입고 상품을 천장 레일에 걸면 옷이 정해진 보관 장소로 옮겨지는 식이다. 회사 관계자는 “온라인 주문 물량이 매년 30% 이상 늘고 있어 동탄에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구축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패션 스타트업과 해외 업체들도 물류센터 자동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패션 도소매 거래 플랫폼 신상마켓은 지난 3월 인천에 마련한 3966㎡(1200평) 규모 풀필먼트 센터에 무인운반로봇 35대를 도입해 출고 과정을 돕도록 했다.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일본 패스트리테일링은 2018년 물류센터 자동화에 1000억엔(1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후 일본과 미국, 중국 등에 있는 물류센터에 피킹 로봇 같은 자동화 설비를 도입하고 있다.